영어 단어 “dump”는 “버리다” 또는 “쏟아 붓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ing” 형태가 붙어 “dumping”이 되었고, 이 용어가 경제 분야에서 사용되면서 “상품을 싼 가격에 대량으로 내다 파는 행위”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어원을 바탕으로, 덤핑은 경제적 맥락에서 “이익을 최소화하여 싼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일”로 정의되며, 주로 상품 유통을 빨리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덤핑은 상황에 따라 다른 형태의 용어로 사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개념으로 “부당염가판매”라는 말이 1963년 처음 사용되었고, 국가 단위에서 흔히 “불공정무역행위”라는 말도 사용 되는데 이는 주로 덤핑과 관련된 무역 관행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초저가 진료” “원가 이하 진료”는 특히 의료 분야에서의 덤핑을 지칭할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이렇듯 덤핑은 그 용례에 상관없이 그 근본 취지가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매우 이기적인 의도에 기반하므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현재 치과계는 이러한 덤핑 진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본적으로 치과 의료의 수요와 공급의 적정한 균형이 무너진 데에서 기인하겠지만, 약 20여년 전 부터 시작된 일부 대형 치과들이 자행하고 있는 임플란트 초저수가를 앞세운 덤핑의료 행위는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는 느낌인데, 그간 치과계의 존망을 위협하여 왔으며, 많은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혀 치과의료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고, 치과의사의 위상을 떨어뜨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어이가 없는 그들의 논리 중 하나는 넉넉하지 못한 환자들에게 싼 값으로 임플란트 치료를 해주는 게 무엇이 잘못이며, 이를 뭐라하는 치과계야 말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 혈안이 된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항변하는 것이다. 실제로 약 10여년 전 이러한 문제가 언론에 크게 대두되었을 때 필자 주변의 일반인 지인들이 오히려 이런 덤핑치과의 논리에 공감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들이 정상적인 치료의 질을 유지하면서 치료비를 적게 받는다면 그들의 논리는 정당하고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그러한 치과에서 발생한 상식을 벗어나는 수많은 부작용 사례들을 경험하였고, 그러한 부작용은 주로 그러한 덤핑치과의 태생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덤핑진료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납득하기 힘들 정도의 초저가 진료를 내세운 광고를 통해 환자를 유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큰 사전 지출에 비해 초저가의 진료비를 받는 만큼 덤핑진료는 필연적으로 과잉 진료와 불법의료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아울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리한 진료에 따른 불필요한 부작용이 누적되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된다. 특히 이러한 피해는 처음에는 환자에게만 국한되지만 점차 건전한 의료시장을 교란시켜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의료에 대한 불신을 배가 시켜, 결국 국가 의료 시스템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필자의 경험상 이러한 덤핑치료를 받고 문제가 생겨 내원한 환자를 보면, 이게 도대체 정상적인 치과의사가 한 진료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임플란트 두 개가 들어가면 충분했을 하악 4전치 공간에 인접 임플란트와 나사산이 엇갈리게 하는 절묘한 내공(?)을 시전하며 빼곡히 4개를 심어 결국 4개를 모두 제거해야 했던 경우. 환자는 상악동 거상술을 하고 비용을 지불했다고 하는데, 임플란트는 상악동과는 관계없었고 교합도 안되는 사랑니 부위에 버젓이 임플란트를 박아놓는 등. 하나 하나 나열하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인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환자들이 문제가 생겨 해당 치과를 갔을 때는 치과가 없어졌거나 모든 문제는 환자 탓이니 아쉬우면 소송을 하라고 하며, 문전박대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덤핑치과의 과장, 허위광고에 현혹되어 자기 몸을 맡긴 환자도 문제이긴 하지만, 전문적인 부분을 판단할 수 없는 일반환자의 특성 및 이기적이라는 우리나라 치과의사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를 고려하면, 일반인 입장에서 초저가 덤핑 치과의료에 대한 유혹은 뿌리치기가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다행이도 최근 이러한 덤핑 치과의료에 대한 시정을 위한 치과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임플란트 덤핑과 불법의료광고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홍보가 우선 절실해 보인다.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국민과 정부에게 부당함을 수없이 외쳐봐야 그저 치과의사는 역시나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사람들의 취급만 당할 뿐 전혀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를 통해 오히려 덤핑을 조장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이런 책임감을 가지고 정부도 국민 덤핑진료의 폐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하루빨리 치과계와 논의하여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였으면 한다.
아울러 치과의사들 스스로 덤핑진료에 대한 엄중한 자정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피해사례들을 수집하고, 이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듯하다. 아울러 이미 협회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도 하지만 하루속히 중앙회 차원에서 덤핑치과를 규제하기 위한 자율징계권이나 조사권한을 부여 받을 수 있도록 치과계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때에도 치과계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신뢰가 전제가 되어야 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치과의사가 더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치과계 전체의 전략적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덤핑진료로 인해 개원의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 개원의들의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하며, 일부 원장님들은 그간 치과의사로서의 살아온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접고 대형 덤핑치과에 협조하며 자신의 인생마저 덤핑(?)하기도 한다. 문제는 미래 우리나라 치과계를 이끌어갈 새내기 치과의사들인데, 이들은 치과의사의 시작부터 그런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덤핑치과의 모습을 흔히 보고 있다. 심지어 그런 덤핑치과들이 어느 정도 성공해 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과연 앞으로 그들의 치과의사로서 기본적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될 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다수가 되는 미래의 우리나라 치과계는 약육강식 혼돈의 상태가 될 것이고 치과의사의 위상은 안 봐도 뻔할 것이다.
필자는 다행이도 이런 시절을 겪기 전에 면허를 딴 편이라, 많은 훌륭한 치과의사들의 미담을 접하면서 살아왔다. 당장의 수입보다도 자신의 자존심을 건 진료 결과를 위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많은 치과의사들을 보아왔고, 그러한 모습이 우리의 직업에 대한 자존심을 많이 높여주었던 것 같다. 아직도 필자 주변의 많은 치과의사들은 여전히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진료를 멈추지 않고 있다. 부디 그분들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실 수 있기를 바라고, 많은 후배들도 그런 사람들이 다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어떤 억지스런 홍보보다 자연스럽게 치과의사는 사회로부터 더욱 존경받는 직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우리의 명예와 자존심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우리 모두를 싸구려 장사치, 비윤리적인 준 사기(?) 집단으로 오해하게 할 우려가 있는 덤핑 치과들은 하루빨리 자성하기 바란다. 만일 스스로의 자성이 힘들다면, 우리 내부에서 먼저 강력한 자정작용을 통해 걸러내야 할 것이다. 최근 만신창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의료계를 바라보며, 치과계 만이라도 제대로 정신 차리고 나아가길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