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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를 넘어서…

시론

지난 2020년부터 3년간의 세계사적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소위 “뉴 노멀”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세계는 여전히 끝이 안보이는 혼란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느낌이다. 트럼프의 재선이 유력시되는 미국의 상황, 이로 인하여 변화될 세계각국의 외교,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 끝이 안보이는 러-우 전쟁과 신냉전 시대의 도래, 중국 정치 경제의 불안정성, 중동의 상황, 심지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까지 우리의 경제와 안보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굵직한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의료대란은 여전하며, 세계사의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야 정치인들의 여전한 “우물 안 개구리”스러운 정쟁을 보고 있자면 이 나라의 미래가 더욱 불안해 진다. 아울러 그간 기업들은 좀 괜찮은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삼성전자 마저도 최근 많이 어렵다고 하고, 트럼프의 집권으로 수입품 관세가 증액되면, 자동차를 포함한 많은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상황도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 안팎으로 맞이하는 이러한 혼돈의 시대 우리는 과연 어떻게 헤쳐 나아가야 할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훌륭한 리더는 위기의 순간에서 감별이 되고 또 발견이 된다. 평화롭고 모든 게 순조로운 시대의 리더는 아무 일도 안하고 그저 모든 게 순리대로 지나가게만 하여도 된다. 하지만 위기와 혼돈의 상황에서의 리더는 모든 상황을 꿰뚫는 혜안과 판단력, 결단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렇게 하여야만 국가와 조직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이끌 수가 있다. 평시라면 지방의 작은 군대나 지휘하다가 퇴직하였을 이순신 장군이 그러하였고, 김유신, 광개토대왕 등 굳이 세계사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우리 역사만 해도 이러한 예는 아주 많다. 이렇게 위기의 상황에 나타난 훌륭한 리더는 국가와 조직을 위하여 참 다행이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국가와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상황을 꿰뚫는 혜안 대신 전혀 엉뚱한 판단을 하고, 이를 밀어 붙이는 이상한(?) 결단력을 소유한 리더를 만난다면 그 국가와 조직은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임진왜란시의 원균과 선조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지만 어려운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상 우리의 리더는 언제나 현명한 분이기를 바랄 뿐이다. 


참 흥미로운 것이 우리나라는 혼돈의 시대일수록 갑자기 국민에게 힘을 주는 좋은 뉴스가 하나씩 나오는 것 같다. IMF시절 박세리 선수가 아시아 여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LPGA우승을 한 것도 그렇고,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도 국민에게 힘을 주는 기쁜 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그간 국력에 비해 제대로 된 노벨상이 부재하였던 상황에 나온 것이라 향후 가까운 시일내에 과학 분야 등 다른 분야에서의 수상도 기대하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 이를 정치적으로 폄하하는 분들도 일부 있는 것 같은데 필자는 작가의 정치관과는 상관없이 한국인의 한사람으로 자랑스럽고 축하해주고 싶다. 아울러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가까운 미래에 국가소멸까지 우려할 정도였던 신생아 출산율도 최근 개선되고 있다고 하니 역시 위기를 맞으면 오뚝이처럼 단결하고 일어나는 한국인의 저력이 돋보인다. 


별 힘이 없는 우리가 이러한 시대를 이겨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모르쇠(?)로 지내는 것. 타조가 위기를 맞으면 도망이나 저항보다는 땅에 머리를 박고 버틴다는 속설처럼 내가 무얼 해도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테니, 그냥 내 것 잘 챙기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정신으로 세상사에 무심하게 사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무언가 행동을 하는 것. 거창하게 정당이나, NGO에 들어가서 정치활동이나 시민운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무언가를 바꿔보려고 하는 노력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 주변에서 꽤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아주 단순버전의 변증법적 해결책일 수도 있겠지만 자칫 우리의 생존이 걸린 엄중한 상황이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현시점에서 필부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늘 각성(alert)하고 있어야 하고,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하며 필요하면 행동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반드시 정치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사회가 현재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종합적 의식개혁”에 대한 문제이다. 위기와 혼돈은 새로운 개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잡는 자는 새로운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놓치는 자는 도태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정보화 사회를 일찍 구축한 덕에 누구보다 인터넷 상에서 소통이 활발했던 우리는 일찌감치 지나칠 정도의 집단 브레인스토밍(?) (ex. 무지막지한 무기명 댓글, 악플 공방?)으로 우리사회의 수많은 문제점들을 충분히 도출시켜 왔고 컨센서스도 있는 상태이다. 다행이 일부는 어찌어찌 자율적으로 해결되기도 했지만 정치, 교육, 경제 등 굵직한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개선의 기미가 안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소소한 시민운동에 의해서는 불가하고 큰 권력의 주도로서만이 가능한 것이기에 이런 분야에서 개혁의 미진함은 이미 굳어진 사고의 틀에서 벋어나지 못하지만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에 큰 책임이 있다. 기성세대라도 노력에 따라 자신들의 사고를 얼마든지 유연하게 만들 수가 있을 텐데 우리의 힘 있는 분들, 특히 정치인들은 그런 노력을 안하나 보다. 그들의 시야는 언제 보아도 늘 그들만의 작은 우물안에 갇혀 있다. 


꽤 많은 나라를 다녀 보고 또 살아본 필자의 경험으로 소위 선진 제국의 경우 아무리 지방 방송이라도 국제뉴스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들이 국내 뉴스가 없어서 그렇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늘 세계의 중심으로 살아오며 세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야 하는 그들의 인싸(?)전통에 기인하기 때문인 것이 더 옳다. 국내뉴스가 적어서 어쩌고는 아싸(?)인 우리나라사람 다운 우물 안 해석일 뿐이다. 다행이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정보화 사회에서 세상 문물에 익숙하고, 해외를 밥 먹듯이 경험하며, 좀 더 세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청년들을 보면 그래도 조금 희망이 생긴다. 


작년부터 구강악안면외과학회는 청년위원회를 만들고 차세대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모든 걸 청년위원회 자율에 맡겨 봤는데, 첫해는 조금은 민망한 수준의 심포지엄으로 준비되더니 2회를 맞이한 올해에는 기대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어 내심 놀라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비추어 보아도 미래의 올바른 개혁을 위한 기성세대의 역할은 기성세대가 겪었던 문제점의 개선을 위한 과감하고 필요한 제도개혁만 해주면 될 것이다. 그 다음은 간섭을 최소화 하고, 늘 격려하며, 차세대에게 맡기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특히 모든 것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현 시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그런 멍석을 깔아줄 깨어 있는 기성세대가 되는 것은 필요충분조건이리라. 


부디 혼돈의 시대에 타조처럼 머리만 박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없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보며, 여담이지만 필자 개인의 바람으로는 하루속히 세계의 조류를 알고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올바른 혜안을 가진 아주 젊은 이과출신의 정치인이 미래 우리나라의 훌륭한 리더가 되길 소망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