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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맞이한 장애인 치과진료, 치의 모두가 나설 때”

장애인 치과주치의제 전국 확대, 항목·가산율 개선 환영
1995년 ‘500원’ 시작, 치과계 30년 노력 비로소 결실로
■ 인터뷰 - 최재영 원장

“장애인 진료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자면 100가지도 넘는다. 반대로 꼭 치료해야 할 이유를 찾아보면 100가지, 1000가지도 넘는다. 크지 않아도 좋다. 본인의 능력에 맞게 간단한 진료부터 하나씩 해 나가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것이 우리가 치과의사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4월 20일 제44회 장애인의 날을 맞이했다. 특히 2024년은 장애인 치과계에 있어 더욱 뜻깊은 한 해다. 장애인 치과주치의제가 2월 전국 확대된 데 이어, 3월 27일부터는 장애인 치과 가산 항목 및 가산율이 기존 대비 3배 이상 확대 적용되는 등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9월 26~29일에는 세계장애인치과학회(iADH)가 서울 메이필트 호텔에서 개최돼, 우리나라 장애인 치과의 면모를 세계무대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지난 1995년 초진 가산 수가 1회 ‘500원’으로 싹을 틔운 장애인 치과가 혹독한 불모지 속에서도 30여 년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자라, 비로소 값진 열매를 맺기 시작한 셈이다.


최재영 원장(최재영 치과의원)은 그 30년 고행을 함께한 장애인 치과의 동반자 중 한 사람이다. 대한장애인치과학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본인의 치과와 서울뇌성마비복지관 등의 시설에서 장애인 환자 진료를 지난 1995년부터 30여 년째 펼쳐 왔다.


그가 장애인 진료에 뛰어든 것은 경희치대 본과 3학년 시절, 우리나라 장애인 치과학의 선구자이자 장애인치과학회 초대 회장인 이긍호 교수의 수업을 접한 뒤부터다. 당시 그는 예비 치과의사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에 소명 의식을 느꼈다. 그 자신이 좌측 하지 소아마비장애인이라는 점도 동기가 됐다. 이후 그는 이 교수를 따라 장애인 치과 봉사에 참여했고, 그때의 인연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동안 장애인 환자들과 수없이 많은 소중한 인연을 쌓아왔다는 최 원장. 특히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장애인 환자들을 잊지 못한다. 지금은 거점마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장애인이 진료받을 수 있는 치과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무 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인연을 맺은 환자들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휠체어를 타고 그의 치과를 찾는다.


최 원장은 “제 병원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1, 2층 구조다. 그런데도 장애인 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내원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도 환경도 아닌, 환자 및 보호자와의 라포르(Rapport) 형성이다. 그리고 내 능력과 여건 속에서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진료의 영역에서 그치지 않고 장애인치과학회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장애인 치과 실태를 개선하고자 다양한 영역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최 원장은 “장애인 봉사 초창기, 이긍호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3가지 목표가 있다. 전문학회 개설, 지원 재단 설립, 장애인 치과 교과서 편찬이었다”며 “감사하게도 3가지 목표는 모두 이뤘다. 지난 2003년에는 재단법인 스마일이 설립됐고 2004년에는 장애인치과학회가 창립됐다. 또 2019년에는 제가 공저로 참여한 ‘장애인 치과학(Textbook of Special Care Dentistry)’이 발간됐다. 모두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한 개인의 노력의 결과가 아닌, 치과의사 모두 그리고 치과위생사를 포함한 치과계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애인 치과에 진심을 담은 최 원장이기에, 이번 장애인 치과 정책 개선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는 1차 의료기관인 치과의원에서 장애인 치과 치료가 확대되는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최 원장은 “1997년 처음으로 장애인을 제 병원에서 치료하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변변한 참고 자료도 없이, 장애인 환자를 보며 두려움과 걱정을 느끼기도 했다”며 “하지만 치협과 장애인치과학회 등 치과계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의 장애인 치과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 이는 모든 치과의사가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 원장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장애인이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에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호흡기 장애 등 치과 장애 유형 확대, 방사선 촬영 등 가산 수가 항목 확대, 레진 및 실런트 기준 확대를 비롯해 현재 장애인 치료 제약으로 작용하는 각종 고시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진료에 참여하려는 치과의사의 의지다. 최 원장은 불소도포, 실런트, 스케일링, 유치 발치 등 예방 분야라면 누구든 장애인을 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기구도 조금의 열정만 있다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직접 제작한 페디랩을 사용해 행동조절이 어려운 장애인을 진료하고 있기도 하다.


최 원장은 “아무리 훌륭한 외과의사라도 치과의사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우식 충전은 할 수 없다”며 “치과 치료는 치과의사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다른 의사에게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서로 간 신뢰와 믿음으로 각자의 병원 능력에 맞는 치료를 하나씩이라도 펼치겠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몸은 조금 더 힘들지라도 마음은 편한 치과 진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