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쓴 직원들이 실컷 놀다가 오랜만에 출근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따라 기운이 없어보이네요. 날씨도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수익감소, 구인난 등으로 치과 경영이 날마다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보어아웃(Bore-out)’인 직원들이 치과 원장들의 근심을 배가시키고 있다. 보어아웃이란 번아웃(Burn-out)의 반대말로, 직장 생활 속 지루함과 단조롭게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 의욕이 상실된 상태를 말한다.
이와 관련 경영 전문가는 치과 내 저조한 분위기가 오래 지속될 경우, 직원 퇴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워크숍이나 회식 등을 바탕으로 원장·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등 사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근 연휴 기간에 직원 눈치를 봤다는 A원장은 “요즘 날씨가 좋은데도 직원들이 기운 없어 보일 때가 많다”며 “종종 환자 응대에 관한 의욕이 떨어진다던가, 출근 때 유독 기운이 없는 모습을 보는데,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라고 하소연했다.
A원장은 이어 “평소 간식도 사주고, 칭찬할 만한 일을 했으면 보상으로 소액 상품권을 주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 봤는데, 잘 모르겠다”며 “일상 업무가 반복되다보니, 지루하게 느끼거나 열정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평소 직원 업무 분장에 신경쓴다는 B원장도 “요즘은 직원 하나하나가 귀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개인적 고민거리가 있다는 낌새가 느껴지면 일찍 퇴근시켜주기도 한다. 참 어려운 문제”라며 걱정했다.
이 같은 원장들의 고민에 대해 한 선임 치과위생사 C씨는 직원마다 보어아웃이 온 이유가 있다며 사례를 공유했다. C씨는 “팀장, 실장으로 진급되는 5, 7년차 중엔 진급이 늦어지거나 후배가 없을 경우 의욕이 떨어지더라”면서 “또 업무에 대해 좀 알만해지는 3년 차 치과위생사는 선배가 세미나에 가자고 하면, 치과에서 안 하는 진료라고 하면서 동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도 의욕이 떨어진다”며 심한 경우 직원이 퇴사하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치과 직원들은 집이 멀어 기숙사로 지내고 있는 것에 우울해하거나, 후배 직원이 건강을 핑계로 갑자기 퇴사한 탓에 스트레스를 받는 등 각기 이유가 있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처럼 저조한 분위기가 오래가면 직원이 퇴사할 수 있어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치과 경영 전문가인 강익제 원장(NY치과의원)은 이 같은 보어아웃과 관련해 평소 교육·회식·워크숍 등을 통해 사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익제 원장은 “직원 한두 명이 힘들어하면 중간 관리자가 보고한다. 이후 그 중간 관리자에게 카드를 주고 술 한 잔하고 오라고 하는 등의 회식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워크숍도 갖는데, PPT 등을 통해 치과가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발표토록 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보어아웃과 관련해서도 “직원들에게도 ‘이대로 있으면, 이대로 끝이지만 뭐라도 하면 뭐라도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다들 반긴다”며 “이런 식으로 몇 년을 하다보면 우리 치과만의 병원 문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