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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는 병원 누가 만드나?

김여갑 칼럼

얼마 전에 치의신보에서 ‘부정적 진료 후기 환자와 맞대응은 금물’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필자도 한때 어떻게 하면 병원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잘 되는 병원에는 행복한 문화가 있다.’ ‘누가 위대한 병원을 만들었는가.’ ‘진료비법의 노하우 24’ ‘의료전쟁’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의사머리)’ 심지어 ‘우리 병원 좀 살려 주세요’라는 것까지 책으로 공부한 적이 있었다. 좋은 말만 옮기자고 해도 책 1권은 될 것 같은데, 사실은 읽어보면 우리가 모두 아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부적인 것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기본적인 사람 사는 모습은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많은 부분 환자의 주관적인 생각에 의한 것이기도 하여 불평불만이 강한 환자에게는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도 있겠지만 원래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백배는 소문이 빠르다고 하므로, 일단은 ‘일보 후퇴는 이보 전진을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베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치과위생사는 병원의 간호사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대한간호사협회가 간호사와 간호학과 학생, 환자와 보호자 58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을 인용해보면, 간호사라는 직업에 회의가 들 때는 언제인지를 물었을 때, 1위가 의료인으로서 대우와 존중을 받지 못할 때(18,6%)이고, 의사와 갈등이 있을 때도 있지만(4위), 환자나 보호자와 갈등이 생겼을 때(13.9%)가 2위로 많았다. 또한 간호사는 자신들을 존중하고, 이해해주는 환자(47,5%), 의료행위에 감사하며, 배려와 매너가 있는 환자(13,5%)를 좋아했다. 

 

한편 환자나 보호자들은 밝은 표정의 친절한 간호사(42,1%),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 세심하게 보살펴주는 간호사(41,1%), 질병에 대한 전문지식이 풍부한 간호사(14,5%)였다. 어찌 보면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문지식보다 자신들을 보살펴줄 수 있는 기본적 인성을 갖춘 간호사이기를 바라는 반면, 간호사들은 봉사심, 사명감, 희생정신, 책임감, 인내심이 필요한 직업(11,3%)으로 베풀어야 하는 직업(19,2%)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성 전문 직업인(16,2%)으로 자부심을 지킬 수 있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가 고객(환자)과 간호사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환자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가족처럼 생각한다면서도 환자를 고객이라고 부른다. 가족 중에 누구를 고객이라고 부르나? 우리가 고객이라고 부르는 환자는 어딘가 불편하여 이미 고통과 불안과 걱정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이 치료과정 중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더 크게 느껴지고 부풀려져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맑은 정신에 책상에 앉아 설문조사를 할 때와는 다르다. 이 같은 환자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잘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수많은 치과의사 중에 나를 믿고 찾아온 환자가 안심(安心)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환자는 반항아라고 한다. 또한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 마음으로 치료해야 한다고도 한다. 필자가 평소에 하는 말이지만 한 번은 자신이 마취를 당해봐야 환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에게 하치조신경전달마취를 하면 우는 경우가 많다. 아파서라기보다 이상하다. 이거 뭐지? 무섭기도 하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일 것이다. 왜 우느냐고 야단치지 말자. 자신이 당해보면 울만한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 환자도 마찬가지다. 아프다고 하면 심적으로 아프던, 육체적으로 아프던 이유가 있는 것인데, 환자가 아프다고 소리치는데도 자기 일만 한다. 의국에 앉아 있다가 답답해 나가보기도 했다.

 

환자가 불만을 말할 때 대처방법으로 첫 번째는 끝까지 환자의 말을 들어주며 불평불만을 토로하게 한다.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분노와 불만이 모두 표출되게 만드는 것이다. 불만의 원인이 파악되었다면 치과의사가 말해준다. 예를 들어 사랑니를 뽑으면 아프고 붓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짧게 말하지 말자. 대답하기 싫어서 짧게 말하면 오히려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느껴 본 일이 있는가? 긍정적인 표현을 듣는다면 무의식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치과의사는 더 참고 환자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해서 환자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불만의 요소를 치워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사심 없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 보철치료 같으면 다시 해주겠다던가,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책임지고 봐드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어떤 불평과 불만이든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 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환자를 먼저 배려하여 환자의 체면과 자존심을 세워줄 때 보다 원만히 해결될 수 있다. 

 

당신이 중하게 존중을 받고 배려 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방을 중요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라고 한다. 소통의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누구와 이야기 하고 있는지 항상 기억하고,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더라도 환자와 공감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환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만 잘 해주어도 90%이상 신뢰하며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점이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환자 쪽에 있는 것이 아니고, 환자와 상담하여 모든 것을 결정하고 치료를 제공하는 치과의사 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하였다. 

 

위의 이야기가 어렵다면 아주 쉽게 이것만이라도 생각하자. 이 환자는 내가 치료를 잘 해줄 것이라고 믿고 나를 찾아 왔고, 이 환자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살고 있고, 이 환자가 우리 병원을 홍보해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맺자면 환자와의 소통에 제일 중요한 것은 원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상호 존중과 화목함이 보여야 하고, 어렵게 찾아온 환자들이 이 병원에 오기를 잘 했다고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주어야 하며, 안전하게 치료를 잘 받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이야기를 하나 여담으로 덧붙이자면 병원에서 검진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검진이 끝난 후 같이 온 사람에게 ‘내가 검진 받으면서 존중받은 느낌이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 웃는 얼굴로 잘 관리하셔서 모두 깨끗하다는 말밖에 안 한 것 같은데.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