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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이 빛나는 유럽

수필

모처럼 가족 여행을 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어렵게 정한 여행 출발 하루 전 날 막내딸이 직장 일로 갑자기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뒤로한 채 공항으로 향했다. 해외여행을 여러 번 했지만 출발하는 공항으로 향하는 마음이 이번처럼 쓸쓸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공항에 도착하자 가족들의 마음은 모두 들뜬 상태가 되었다. 추운 겨울에 동유럽 여행은 새로운 경험이 될 듯했다. 여름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객들은 모두 가벼운 의상으로 갈아입었으나 우리 일행의 두꺼운 코트와 무거운 여행 트렁크가 대조되었다.

 

11시간여 동안의 비행 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니 역시 독일의 날씨답게 흐리고 습한 날씨의 싸늘함이 코끝을 스쳐왔다. 주로 여름휴가 때만 해외여행을 다녀보아 햇빛이 따갑고 눈이 부신 여름날이었는데 겨울의 쌀쌀한 바람이 코끝에 스밀 땐 상쾌함마저 느끼게 되었다.

 

호텔에 투숙 후 다음날 드레스덴으로 향했다. 오페라 수업을 여러 해 받았기 때문에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오페라하우스는 전경만 바라보아도 주인공의 아리아들이 들리는 듯했다. 찬바람이 흩날리는 오페라하우스 광장을 코트깃 세우며 명상에 잠겨 보았다. 인근한 곳에 괴테가 유럽의 테라스라 극찬했던 엘베강변의 브륄의 테라스에서 강 건너 보이는 도시의 건물들을 마치 중세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하면서 바라보았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하여 더 멋진 가로수 사이를 걸으면서 그 옛날 문인들이 사색하면서 많은 글을 창작했음이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짧은 여행 일정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 하는 동화 속 마을, 체코어로 체코의 오솔길이라 불리는 체스키크룸로프 오솔길로 향했다. 요사이 유행하는 한 달 살기를 이 성에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S자로 굽이치는 블타바강은 중세와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들과 어울려 동화 속의 마을처럼 아름다워 1992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대중매체에 많이 등장하는 곳이다. 볼타바강에서는 봄, 여름, 가을까지 레프팅을 즐길 수 있단다. 생각만 하여도 중세와 현대의 부조화된 그림이 그려진다. 13세기에 고딕으로 시작하여 18세기까지 수 차례 성주가 바뀔 때마다 증축하여 복잡한 건축 양식이 나타났다. 1950년 체코 정부가 성을 인수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성주의 궁전과 예배당, 바로크식 극장 등을 관람할 수 있게 하였다. 어느 골목마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6월 셋째 주말, 장미축제 때는 마을 전체가 중세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복장으로 거리공연 등을 즐기기도 한단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라 너무나 아쉬워하며 다음 여행지로 향하였다.

 

아침 일찍 오스트리아 음악의 도시 비엔나로 향했다. 동유럽의 겨울답게 코끝에 스미는 차가운 바람, 겨울과 왠지 어울릴 것 같은 고딕 양식의 건물들이 하늘높이 솟아 있는 성슈테판 대성당과 구스타프 클립트의 키스가 전시된 벨베데레 궁전 내부 관람은 여행자의 마음을 흥분되게 만드는 듯했다. 구스타프 클립트는 금속 세공사인 아버지와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의 영향으로 많은 작품에 금이나 은을 사용했다 한다. 음악의 도시답게 저녁 식사 후 비엔나 바로크 음악회 감상도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다음은 소금마을 할슈타트로 향했다. 흰 눈으로 덮인 산과 들은 눈이 부신 백설의 세상이었다. 뜨문뜨문 나타나는 마을은 크리스마스카드에 등장하는 예쁜 집 같았고, 온 마을의 이동 수단인 스키로 움직이는 모습이 동화 속에 들어온 듯했다. 빈과 잘츠부르크 사이 해발 500~800미터 구릉지에 위치한 잘츠카머구트, 76개에 달하는 호수가 높은 산과 어우러진 유명한 관광과 휴양지로, 호수에 비치는 눈 덮인 예쁜 집들과 높은 산 등을 바라보면 호수 속을 헤엄치고 있는 듯했다. 이런 호수를 바라보면서 자란 모차르트의 음악이 무한한 상상과 창의력에서 저절로 흘러나왔을 듯했다.

 

겨울의 동유럽은 일찍 어두워져서 여행자들의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온 세상이 흰 눈에 쌓인 멋진 풍경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뉘엿뉘엿 석양의 멋진 풍경이 흰 눈과 함께 환상의 경치로 돌아오고 어느덧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어둠 속의 미라벨 궁전은 이동 중에 버스에서 보여준 영화를 생각하게 하면서 사진 한 장으로 스쳐 지나갔다.

 

어둠과 함께 젊은이들의 세상이 찾아온 듯 게트라이데 거리는 여행객들과 젊은이들로 혼잡하여 서울의 어느 거리나 다를 바가 없었다. 1756년 10월에 모차르트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안나 마리아 모차르트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아들로 이곳에서 태어났다. 볼프강 고트리뜨(독일식) 모차르트가 정식 이름이고 두 번째 이름은 ‘신의 은총’이란 뜻의 아마데우스(라틴식)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여섯 살 생일 전부터 첫 연주 여행을 떠났다 하니 35년 인생의 그의 음악은 주로 길 위에서 만들어졌다 한다.

 

예술성을 중하게 여기는 길 위에 사람만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참다운 예술가인가 보다. 호텔 조식 후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향했다. 아침 햇살에 눈 덮인 세상은 반짝이는 보석으로 변하여 보석의 세상이 되었다. 월트디즈니에 등장하는 성의 모티브가 되었던 노이슈반 스타인성이다. 바이에른 왕인 루트비히 2세는 재위 2년 만에 프로이센과 전쟁에서 패하여 이름뿐인 왕으로 전락하여 바그너 풍의 몽상의 세계에 빠져 환상적인 중세의 성을 짓는데 여생을 보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완성을 못하였다고 한다. 외관은 중세지만 중앙난방 수세식 화장실, 전화 등 근대 문명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 되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삶의 일부로 오래도록 가슴속에 새겨질 사랑으로 남길 바라며, 꿈에서 깨어난 듯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시 꿈을 청해 본다.

 

 

 

권택견 운영위원

 

-연세대학교 치과대학ㆍ대학원 졸업

-열린치과봉사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