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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구강건강증진사업에서 치아홈메우기의 효과

스펙트럼

제가 소속된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병원에서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사회취약계층 아동·청소년 구강건강증진사업’ 이라는 이름의 사업을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강릉지역의 지역아동센터 또는 드림스타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아동에게 구강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2008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되는 동안 여러 지자체의 아동치과주치의사업 또는 건강보험공단의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으로 점차 발전해 나가는 추세입니다.

 

 병원 집행부를 비롯한 여러 구성원께서 믿어주신 덕분에 작년 한 해의 사업은 제가 계획한 방향에 맞추어 사업을 진행해볼 수 있었고, 그 결과 500명 가까운 아동에게 검진 및 예방진료를 기본으로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검진에 대비하여 구강보건교육의 내용 등을 체계적으로 개편하고자 노력하였고 실제 검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내생들에 의해 교육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하였으나, 지역아동센터 교사의 인솔하에 8~9명씩 진료실을 방문하는 상황, 즉 가정에서 교육 내용을 반복해 줄 보호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교육의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중요시할 수밖에 없던 부분은 보다 물리적 차원의 예방, 즉 치아홈메우기였습니다. 국내외 근거기반 임상진료 지침과 아동의 치아우식 위험도 평가 내용에 따라 모든 아동의 대구치에 무조건 실란트를 적용하자는 각오로 치료계획을 수립했고, 700개가 넘는 치아에 실란트를 적용하고 기존 실란트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5세부터 방문이 가능한 구강건강증진사업의 특성상 제1대구치의 경우 교합평면에 이르기까지 맹출이 완료된 경우보다는 갓 맹출하여 일부가 치은에 덮이거나 치태에 쌓인 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표면을 깨끗이 닦고 코튼롤로 방습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어르고 달래가며 체어에 앉았다면 눕히는 것은 또 다른 산이었고, 치경부터 퍼미스까지 아동들의 왕성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전에는 결코 입 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16시부터 꼬박 두 시간씩 진행되는 지난한 과정을 싫은 내색 없이 함께해준 전공의(인턴)들이 이제 레지던트 1년차가 되어 그때 참 힘들었노라고 솔직히 말해줄 때면 ‘내가 더 힘들었어’라며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을 웃어넘기곤 하지만, 이번 원고의 말미를 틈타 그 성과가 절대 작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새로 시작된 구강건강증진사업의 검진이 두 달여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작년 기준 치아홈메우기가 건전하게 유지되었거나 / 새로 제공되었거나 / 일부 수리하였거나 하는 모든 경우에 있어 제1대구치의 우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상황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아홈메우기 계획을 세웠으나 후속 진료를 받지 않아 우식이 발생한 경우, 맹출이 진행되어 노출된 협측소와의 발생 결함이 우식으로 진행된 경우를 제외하면 제1대구치 우식은 아직까지 손에 꼽는 정도로 발견되었으며, 이제는 같은 효과를 제2대구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계속구강건강관리를 제공하는 데에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한편으로는, 관내 아동의 구강건강이 증진됨에 따라 신규로 등록된 아동들 외에는 진료비 지출이 감소하게 되어 병원 자체적으로는 또 다른 사회사업을 수행할 여력이 생겼습니다. 때마침 강릉지역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의 구강건강 상태가 매우 열악한 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가 요원하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지도교수께서 학생들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역시 병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지, 외부 지원기관의 일부 비용 보조와 강릉시의회의 관심까지 더불어 신속한 치료 지원과 정기적 예방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며, 학생들과 함께 위 사례를 학술적으로 정리하여 오는 8월 예정된 강릉원주대학교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