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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주위 흔한 도시나무 – (4) 느티나무

릴레이 수필  제2617번째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면 점점 더 그늘을 찾기 마련이다. 이때 나도 모르게 나무 그늘을 찾게 되는데 그게 바로 느티나무다.


느티나무는 수 천년 동안 우리네 서민들의 힘든 삶을 보듬어온 고마운 나무다. 지방의 어디를 방문해도 마을입구에는 어김없이 큰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다. 꼭 마을뿐 아니라 아파트 입구, 학교 정문 앞에도 심심치 않게 듬직하게 서있는 느티나무를 발견하게 된다.


느티나무는 크기가 클뿐더러 잎이 무성하여 사람들이 그 그늘에 정자(亭子)를 놓고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도둑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준다 하여 마을의 수호목(守護木) 또는 정자목(亭子木), 당산목(堂山木)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느티나무는 느릅나뭇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높이는 25m까지 자라고 잎은 어긋나며 끝은 뾰족하고 거치(鋸齒)가 있다. 회갈색 수피(樹皮)는 피목(皮目)이 많으며 비늘처럼 떨어지고 꽃은 암꽃과 수꽃이 4~5월에 따로 피며 사실 너무 작아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꽃이 지면 바닥에 노란 작은 꽃들이 눈처럼 쌓여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느티나무는 벚나무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는데 자신의 에너지는 쓰는 대신 긴 수명과 왕성한 성장을 선택해 은행나무, 주목(朱木)과 더불어 3대 장수나무로 불리며(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느티나무는 1300년쯤 추정된다) 회화나무, 은행나무, 팽나무, 왕버들과 더불어 5대 거목(巨木)으로 알려져 있다. 벚나무가 예쁜 꽃처녀 같다면 느티나무는 온갖 햇빛과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리네 아버지와 같다고나 할까.


느티나무는 한자로 괴목(槐木)인데 이는 귀신을 쫓아주는 나무라는 의미로 신라 진평왕 1235년 신라장수 찬덕이 백제군이 쳐들어왔을 때 가잠성(城)을 잃게 되자 달아나다 느티나무에 부딪혀 죽었는데 그 가잠성의 위치를 느티나무를 본떠 충북의 괴산(槐山)이라 명명하였다 한다. 실제로 괴산군은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만 90그루, 300년 넘은 고수(古樹)는 60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이름에 대한 구전으로는 느티나무는 ‘어릴 때는 감나무, 매화나무, 밤나무와 구별이 안되지만 나이가 들면서 늦게 티가 난다’하여 ‘늦티나무’라 하며 ‘멀리서도 늘 티가 난다’하여 ‘늘티나무’가 느티나무가 되었다는 구전도 있다. 


목재로서 느티나무는 나뭇결이 곱고 무늬가 아름다워 ‘나무의 황제’라는 별명이 있고 재질 역시 단단하고 비틀림이 적어 조선 세종 12년엔 “싸움 배를 만들 때 괴목판(느티나무)을 쓰되 구하기 어려우면 다른 나무를 쓰라”고 했고 경주 황남동 천마총의 관도 느티나무로 제작하였으며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외부기둥 16개, 팔만대장경의 합천 해인사 법보전 기둥 48개가 모두 느티나무이다. 그 외 뒤주, 장롱, 구유, 궤짝 등 가구에도 많이 이용되어 오동나무, 먹감나무와 더불어 3대 우량목재로 꼽힌다.


이렇듯 느티나무는 우리 민족과 역사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히 관계 맺고 오늘까지 이어 오고 있다.

 

오늘같이 더운 날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 사 들고 우리 민족나무인 느티나무 그늘 아래 앉아 천천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느티나무
                          조세종

 

차가운 손 내밀어
붉은 볼에 비벼본다

 

바람에
떨어져나간
나의 살갗들
그늘 속 감추어진
한 방울의 눈물을

 

흔들리지 않으리라
소리내지 않으리라

 

덩그러니 서있는...
어느 여름날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