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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의 설날

수필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다가왔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새 옷으로 단장하여 새벽 일찍 할머니ㆍ할아버지를 찾아 세배를 드리고, 친지들과 어울림이 살아가는 행복으로 남아있다. 세월이 흘러 명절 분위기는 가족 단위로 해외 여행을 많이 하는 추세로 흐르는 듯하다.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시댁도 명절이 사라지는 듯 안타까워진다. 친정 식구들은 모두 성장한 동생들이 제각기 가정을 꾸려가기에 바쁘다. 골고루 살림이 넉넉하면 좋으련만 부모님께는 손톱의 가시마냥, 여러 가지 일로 생활이 힘든 자녀 생각에 아흔을 바라보면서도 밤낮으로 걱정을 하신다.

 

올해는 큰마음을 먹고 며느리의 설날 음식 장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하여 남동생 가족과 함께 설악산에서 설날을 보내기로 하였다. 이젠 부모님도 조상을 위한 차례보다는 자식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더 즐거워하시는 듯했다. 잠깐 다녀올 여행인데도 어머님은 한달살이 마냥 많은 준비를 해 오셨다.

 

매일 아프시다는 얘기가 끊임이 없었는데 여행 중에는 신이 나신 듯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불편하지 않으시냐고 여쭤보아도 괜찮다 하셨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것을 알면서도 생활이 바쁘다고 조금의 짬도 내지 못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그득했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한 겨울의 설악은 오랜만의 가족여행을 축하라도 해주는 듯했다. 내리는 겨울비는 봄 향기를 태우고 오는 듯 옷깃에 포근히 스며들었다. 우산을 쓰고 눈이 덮여 있는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산책도 하였다.

 

사진 찍기를 싫어하시던 부모님이 어린아이마냥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하신다. 돌아오는 산길에선 젊은이들이 찾을만한 카페에도 들러 젊은 분위기를 느끼시게 여러 종류의 음료수를 주문해드렸다. 어머님은 여행 내내 똑같은 옛날이야기를 반복하시니 은근히 앞으로의 건강이 염려되었다. 그래도 좋은 기억으로만 마음속에 채워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어머님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갈 옛날이야기를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속에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많이 채워드릴 수 있게 나의 시간을 비워야겠다.

 

 

 

권택견 운영위원

 

-연세대학교 치과대학ㆍ대학원 졸업

-열린치과봉사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