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원 임플란트 스티커’가 붙은 물티슈는 어느새 옛말. 각종 SNS와 유튜브, 의료플랫폼에는 30만 원 임플란트 광고가 넘쳐난다. 온라인 시대, 의료광고까진 아니더라도 포털에서 내 치과가 검색되는 정도까지는 만들어놔야 할 것 같다. 내 치과에 꼭 맞는 마케팅은 업체에 맡기기 전 스스로 숙고하고 계획을 세워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개원가 치과마케팅의 허와 실을 짚고,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마케팅업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주>
서울 외곽의 베드타운에 최근 개원한 A원장. 개원과 동시에 네이버 플레이스와 파워링크, 블로그 상위노출, 기사형 광고 등을 통합해 진행해 준다는 마케팅업체와 월 500만 원 수준으로 계약을 맺었다. A원장은 “치과를 개원하며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홍보 부분이다. 이제는 치과 홍보수단으로 물티슈나 전단지 등을 얘기하면 동기들에게 놀림을 받는 시대”라며 “처음 개원할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그래도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선배의 조언에 과감히 투자했다. 1년 정도는 이를 유지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에 개원하고 있는 B원장. 원래 ‘따로 돈을 들이는 치과홍보는 하지말자’는 주의였는데 주변에 새로 생기는 치과들이 저렴한 수가를 앞세워 경쟁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보고 불안감을 느껴 최근에서야 최소한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싼 게 비지떡이었을까. 개중 저렴한 마케팅업체를 통해 시작했는데, 블로그 등에 접속자는 꽤 있는 것 같은데 실제 환자가 느는지는 모르겠다. B원장은 “월 100만 원 정도 비용이 나간다. 마케팅 비용 대비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적어 만족도가 낮다. 그렇다고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 마케팅을 안할 수 없다. 시작을 했으니 멈출 수도 없고, 효과는 모르겠고, 주변의 치과들이 점점 더 미워질 뿐”이라고 토로했다.
전단, 현수막, 물티슈, 지하철 광고 등 전통적인 옥외광고물에서 시작해 네이버 포털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을 거쳐, 이제는 SNS와 유튜브, 의료플랫폼 등으로 치과 홍보 매체가 시공간을 초월해 확장됐다. 신규 개원의는 물론, 경력이 찬 베테랑 원장들도 이를 활용한 치과마케팅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요즈음 개원가의 현실. 실제 온라인·브랜드 마케팅 진행 후 1년 사이 월 매출이 5배 상승했다는 압구정의 한 치과나, 월 1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투자한 비용에 상응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한 대형치과 관계자의 전언은 동네치과 개원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
일반 치과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마케팅 대행업체를 통한 치과 홍보. 그러나 치과 마케팅에 정통한 전문가는 “이제 어떤 사업이든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이 기본인 시대는 맞다. 그러나 얼마를 들여야 할지 비용을 먼저 고민하고 있다면 모든 치과 마케팅업체가 사기꾼으로 보일 것”이라며 “좋은 마케팅업체라는 것은 없다. 원장 자신이 원하는 목표와 타깃을 명확히 하고 업체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처음부터 업체가 제시하는 마케팅 계획에 끌려간다면 진짜 사기라고 생각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신환을 끌어 모으는 병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 매체·의료광고 이해도 없으면 어느새 불법
병원 홍보에 대한 원장들의 불안을 반영하듯 현재 개원가에는 수많은 치과 마케팅업체가 난립해 상이한 계약조건을 내세우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을 기준으로 업체 접촉 시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SNS, 언론보도, 포털 검색, 카카오맵·네이버지도, 리뷰 댓글 등이다. 보통 월 단위 자동이체를 조건으로 1년 이상 장기계약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월정액에 목표치 매출과 신환수를 달성할 경우, 인센티브를 추가하는 경우, 고정비용 없이 발생 매출에서 적정 비율을 마케팅 비용으로 요구하는 경우 등 계약조건이 다양하다.
의료진 5인 내외의 일반 치과를 기준으로 업체를 알아볼 경우 홍보범위에 따라 보통 월 10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 비용의 범위가 넓으며, 밝힐 수 없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월 최대 3000만 원까지 요구하는 업체도 있었다.
월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한 업체가 제공한다는 서비스의 내용을 보면 블로그 제작 및 포스팅 8회, SNS 마케팅 8회, 신문기사 1회, 네이버 플레이스 영수증 리뷰 관리 월 3회, 파워링크 키워드 광고, 카페 포스팅 월 1회, 맘카페 여론 조성 월 2개, 랜딩형 홈페이지 제작, 병원 홍보 영상 제작, 모델 섭외 및 저작권 관리 등을 내세우고 있다.
언뜻 보면 저렴한 비용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지만 거짓 영수증을 통한 리뷰 어뷰징(시스템 운영 규정을 변칙 악용하는 행위), 업체가 별도 보유한 아이디를 이용해 관련 카페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침투 바이럴 마케팅, 네이버 과금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를 농락하는 비용 청구 등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들은 네이버 자체 제재에 걸리거나, 환자에게 조작된 홍보내용이라는 인식을 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전문가는 인센티브나 매출 쉐어를 요구하는 업체의 경우 불법 의료광고나 과도한 마케팅, 환자 유인알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한 치과는 마케팅업체를 통해 과장된 표현이 들어간 전단지를 돌렸다가 주위 치과들로부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지적받고 서둘러 광고지를 수거한 경험이 있다. 비의료인을 내세운 블로그 후기 등 불법 의료광고로 간주되는 온라인 마케팅도 다수인데, 마케팅업체에만 맡겨 놨다 의도치 않게 불법을 저지르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 업체와 콘텐츠·환자DB 소유권 분쟁도
또 마케팅업체와의 계약 종료 시 블로그 콘텐츠나 홈페이지 제작, SNS 운영을 위해 치과가 제공한 소스, 홍보 목적의 각종 온라인 계정에 대한 소유권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계약종료 후에도 치과가 제공한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이를 빌미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자체 콘텐츠로 계속해 활용하는 경우, 일방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삭제해 버리는 경우 등 다양한 분쟁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DB광고를 통해 모아진 환자 정보를 두고 마케팅업체와 병원 간 소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DB광고의 경우 환자 정보 수집을 병원 내 콜센터에서 하는 경우와 마케팅업체가 자체적으로 수집하는 경우로 나뉘는데, 병원이 직접 환자 정보를 수집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마케팅업체가 주체적인 수집자로서 제공자의 동의를 얻어 환자 개인정보를 취득했다면, 이를 계속해 마케팅업체가 활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법률전문가의 의견이다.
# 온라인 이미지만으로 실제 진료 많지 않아
무엇보다 원장들이 마케팅업체를 이용해 보고 당황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출이나 신환이 늘지 않을 때다. 이 때는 마케팅업체와 충분히 소통하며 주력 진료 및 타깃 환자 분석, 상권 분석, 관련 콘텐츠 생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는지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마케팅업체의 경우 블로그 상위 노출 키워드 분석, 콘텐츠 작성 로직 분석에 전문성이 있어 눈으로 보이는 방문자 수는 늘릴 수 있지만, 방문자가 실제로 유용하다고 느끼고 해당 치과에 대한 매력까지 느끼게 하는 콘텐츠 생산의 경우 병원의 도움 없이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의 역사와 특징, 시술과정만 무미건조하게 나열된 콘텐츠는 방문자의 시선을 끌 수 없다. 해당 시술을 하는 원장의 철학과 자세, 치료 후 주의사항 등이 전문가 관점에서 서술됐다면 실제 치과방문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 치과 경영 컨설팅 전문가는 “치과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보고 해당 치과를 방문했다 상담만 받고 실제 진료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치과가 많다. 온라인상에서는 깨끗하고 깔끔한 이미지에 의료진의 말투도 친절했는데, 실제 현장에서 환자는 이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라며 “마케팅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치과의 모습을 일치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