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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의·한 박물관 번성…치과는 소외

국·공립 박물관 의과 2곳, 한의과 4곳, 치과는 전무
예산·관람객 등 큰 차…치과도 국·공립 적극 나서야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약쑥·감국 등 한약재가 우러난 물에 발을 담근다. 신기해하는 외국인들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다른 방에서는 온열안마매트, 발열안대로 경락과 경혈을 체험한다. 이곳은 한방병원이 아닌 동대문구청이 운영 중인 한의약박물관 모습이다.


이처럼 의과, 한의과가 국·공립 박물관을 중심으로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번성하고 있다. 반면 치과 박물관은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이마저도 대학 부설 박물관에 머무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운영되고 있다.


본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 데이터를 토대로 전국의 치과·의과·한의과 관련 박물관을 조사한 결과, 의과는 14곳, 한의과는 9곳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립 박물관이 조사에 잡히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로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치과는 서울대 치의학박물관, 조선대 치의학박물관, 연세 치의학박물관 등 단 3곳에 그쳤다.


특히 관람 인원, 전시실 규모 등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지난해 기준 서울대 치의학박물관은 연 개관 일수 300일간 관람 인원이 5300명이다. 반면 산청군 금서면에 위치한 산청한의학박물관의 경우 연 개관일수가 206일로 더 짧고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 연 관람 인원이 12만8174명에 달한다.


이 같은 차이는 국·공립 박물관 여부가 판가름한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 박물관은 운영 관리 측면에서 사립 또는 대학 부속 박물관에 비해 집행 예산이 넉넉한 만큼, 관람객, 규모, 인력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현재 치과는 국·공립 박물관이 전무하다. 서울대 치의학박물관은 우리나라 치과 박물관의 대표 격임에도 아직 대학 부설 박물관에 그친다.


반면 의과는 국·공립 박물관이 2곳, 한의과는 4곳이나 된다. 한의학박물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산청한의학박물관도 역시 공립이고, 나머지 공립 한의학박물관들도 전시실 면적이 치의학박물관의 3~6배, 연 관람인원은 약 3만5000명~5만3000명에 달한다.


또 강서구청이 운영하는 허준박물관의 경우 매년 8억 원이 넘는 운영비를 지자체 예산으로 집행하고 있다. 대학 부설 박물관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다.


다만 소장자료 수에 있어서는 치과도 밀리지 않는다. 서울대 치의학박물관은 치과의료기기·약품·서적 등 총 6000여 점을 보유해 한의과, 의과 박물관 소장자료를 뛰어넘는다. 문제는 이 같은 유물을 넉넉히 전시할 공간과 운영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세계 최초의 치과대학인 볼티모어 치과대학의 후신인 미국 메릴랜드대 치과대학에는 국립치과박물관(National Museum of Dentistry)이 자리잡고 있다. 치과 박물관 부족은 치과에 대한 시민 인식 부족, 교육 기회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 치과계도 박물관 수 확충을 넘어 국·공립 박물관 설립을 위해 고삐를 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형 서울대 치의학박물관 관장은 “박물관은 전시 뿐 아니라 소장품 관리·교육·체험·소통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때문에 각 분야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예산 등 문제로 어려운 실정”이라며 “치의학박물관이 국립의 위상을 갖춘다면 국민의 앎과 즐길 권리를 충족하고 행복 추구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