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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추천도서 - 책 속의 미술관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오늘날 우리는 핸드폰만 켜면 전 세계의 예술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몇 번만 움직이면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도, 대영박물관의 조각도 순식간에 펼쳐지지요. 물론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화면 속에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예술작품은 깊이 있는 경험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핸드폰은 빠르게 보여주지만, 우리에게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을 주진 않으니까요. 반면 책은 다른 차원의 미술관을 열어줍니다. 한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며, 작가가 담아낸 해석과 사연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작품과 더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작품에 담긴 시대적 배경이나 창작자의 의도, 그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글을 통해 자세히 풀어져 나옵니다. 예술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이해하고 느끼는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책 속의 미술관은 핸드폰 화면처럼 휘리릭 넘겨 버릴 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문장을 읽고 잠시 눈을 감아 작품을 상상해보는 시간, 작가가 머물렀던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는 여유가 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예술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핸드폰의 편리함 뒤에 숨겨진 속도감과는 달리, 책은 예술작품을 느리고 깊이 있게 만나게 합니다. 예술을 단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사고와 감성 속에 깊이 새겨 넣고자 한다면 책 속의 미술관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요?

 


대낮에 2조 달하는 작품 훔친 희대 예술 도둑 이야기
예술과 미스터리, 범죄심리 결합 인간 본능·욕망 그려

『예술 도둑』 생각의힘, 2024

 

도둑이 된 남자, 브라이트비저는 유럽 전역의 박물관을 무대로 300점이 넘는 예술작품을 훔쳤습니다. 일반적인 절도와 달리, 그의 도구는 단 하나, 스위스 아미 나이프뿐이었고, 그가 작품을 훔친 이유도 돈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예술을 가까이 두고 아름다움 속에 살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때문이었지요. 범행도 대낮에, 사람들 속에서 대범하게 이루어졌으며 그가 훔친 작품의 가치는 무려 2조 원에 달합니다.

 

이 책은 세상을 놀라게 한 희대의 예술 도둑 브라이트비저의 기이하고 치열한 삶을 따라갑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뉴요커〉, 아마존,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힌 이 논픽션은 마이클 핀클의 섬세한 취재와 강렬한 필체로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탐구합니다.

 

책은 브라이트비저가 예술품을 갈망하게 된 어린 시절로부터 그가 저지른 범죄의 모든 과정을 상세히 다루며, 그의 유일한 범죄 파트너이자 연인인 앤 캐서린, 그리고 모든 것을 묵인해온 어머니 미레유와의 관계도 드러냅니다.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얼마나 멀리까지 사랑과 욕망을 좇아갈 수 있을까? 예술에 대한 소유 욕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예술을 사랑한 남자, 스릴을 즐긴 여자, 그리고 사랑으로 그를 감싸며 묵인한 어머니. 저자 핀클은 다수의 인터뷰와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그들의 관계를 탁월한 문장으로 엮어내며, 예술을 향한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탐색합니다. 수많은 언론의 추천을 받은 이 책은 예술과 미스터리, 범죄 심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특별한 걸작입니다.

 

 

자신만의 행복 추구하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다정한 개인주의자’의 균형 잡힌 삶의 태도 소개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유노책주, 2024

 

우리는 살면서 가끔은 꼰대같은 어르신의 의견이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도덕적인 판단을 필요로 할 때 그렇습니다. 이 책은 팍팍한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자유와 행복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가치와 감정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균형 잡힌 삶의 태도를 제안하는 책입니다. 개인주의가 곧 이기주의로 오해받기 쉬운 요즘, 이 책은 철학과 윤리학의 관점에서 현대적 문제들을 바라보며 ‘다정한 개인주의자’의 삶을 소개합니다.

 

애덤 스미스부터 플라톤, 마이클 샌델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남긴 사유를 통해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공존의 윤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을 다룹니다.

 

1장은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는 방법을, 2장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선을 지키는 방법을, 3장은 갈등 속에서 올바른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방법을, 4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알려줍니다. 서로서로 보듬기 힘든 시대일수록 이 책은,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다정한 개인주의자의 삶을 새롭게 일깨웁니다. 더 좋은 것은 이 책은 절대 꼰대같은 어투로 얘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AI에 밀려 사라질 운명에 처한 ‘직업들의 비망록’
인간들이 빠져나간 자리 남겨질 흔적은 무엇일까?

『어떤 동사의 멸종』 시대의창, 2024


AI와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어느 때보다 빠르며, 그만큼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사라진다는 직업들의 ‘고통 욕망 색깔 냄새 맛’을 기록하다』는 작가 한승태가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직업들-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의-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직업이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질 인간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기록한 책입니다.

 

각 직업의 대체확률과 함께 소개되는 노동의 현장은 단순히 생계 수단을 잃는 것이 아닌, 그 직업을 통해 사람답게 살아가던 삶의 방식과 독특한 감각들이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콜센터 상담원이 겪는 감정노동의 극한, 택배 물류센터의 피로 속에서 찾는 생동감, 뷔페 주방의 인간적인 갈등, 청소 노동의 단순함 속 뿌듯함까지, 작가는 각기 다른 감각의 이야기를 전하며 독자로 하여금 직업의 의미와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AI에 밀려 사라질지 모르는 직업들이 우리에게 남긴 감각과 기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노동을 통해 성장했던 인간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겨질 흔적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치열한 기록이자, 노동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경의를 담은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