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hanobiology(기계생물학)은 기계물리학(Mechanic)과 생물학(Biology)의 경계에서 탄생한 흥미로운 학문 분야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Mechanic(기계공학)와 biology(생물학)의 두 학문 분야를 합한 융합 연구 분야이다.
이 연구 분야는 물리적 힘이 생물학적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세포와 조직이 어떻게 기계적 자극을 감지하고 반응하는지를 탐구한다. 스타워즈에서 사용된 “May the force be with you”라는 유명한 문구처럼, Mechanobiology는 우리 몸 안에서 작용하는 ‘물리적 힘’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세포는 주변 환경의 물리적 특성을 끊임없이 감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뼈 세포는 중력과 운동에 의한 압력을 감지하여 뼈의 강도를 조절하고, 근육 세포는 신장력에 반응하여 근육량을 증가시킨다.
이전의 의학계에서의 생물학적 연구는 성장인자, 싸이토카인(cytokine) 등의 생물학적 분자(Biochemical factor)가 세포 리셉터(receptor)를 통해 인지되어 세포의 분화, 이동, 성장을 조절하게 되는 생화학적 신호를 주로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일 세포는 사람의 손과 발에 해당하는 인테그린(Integrin)과 뼈와 근육에 해당되는 세포골격(Cytoskeleton)과 마이오신(Myosin)이 있어 딱딱한 정도, 혈류의 흐름, 저작 시의 압축력, 운동할 때의 인장력 등의 주변 물리적 환경(Biophysical factor)을 손발로 느끼고 이를 직접 세포핵(nucleus)에 전달하여 세포의 분화, 이동, 성장 등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 속도는 보통 1ms로 생화학적 신호의 속도인 10초에 비해 1000배나 빠른데, 그 이유는 사람처럼 세포도 손발-세포골격-핵(Integrin-cytoskeleton-nucleus)이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손발로 주위를 만지자마자 바로 세포핵에서 인지가 되기 때문이다. 생화학적 요인은 앞서 말한 대로 보통 세포벽에 있는 리셉터(receptor)에 의해 인지되고, 다양한 생화학적 시그널링을 통해 세포핵에 전달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리다. 독자분들도 예상하듯이, 더 빠른 속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리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정상적인 생리(Physiology) 또는 병리적(Pathology) 상황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하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실험이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연구팀이 2006년 학술지 Cell에 발표한 연구이다. 인체 조직은 신경(1kPa), 근육(15kPa), 뼈(2GPa) 등 다양한 강성을 가지고 있으며, 줄기세포는 인테그린, 싸이토스켈레톤, 마이오신을 통해 물리적 환경을 감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를 다른 강성(1, 15, 40kPa)을 가진 재료 위에서 성장인자 없이 똑같은 조건에서 배양했는데, 이때 40kPa는 초기 뼈 형성 시기의 강도를 모사한 것이다. 실험 결과, 줄기세포는 각각의 강성에 따라 신경, 근육, 뼈세포로 형태학적, 유전적 분화를 보였으며, 재료의 강성을 감지하는 세포내의 근육 역할을 하는 마이오신 기능을 저해했을 때 이러한 분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메카노바이올로지 연구 결과는 최근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첫째로, 세포전달용 하이드로젤의 기계적 특성 최적화를 통해 줄기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고 재생에 필요한 세포분비물질 극대화에 활용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드러운 하이드로젤(2-5kPa)에서는 중간엽 줄기세포의 항염증 인자와 성장인자 분비가 증가하고, 좀 더 단단한 하이드로젤(15-20kPa)에서는 재생촉진 인자의 분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세포전달 시스템을 목적에 맞게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로, 노화방지 기술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 일정 수(10^9)의 세포까지 세포를 배양시켜 늘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세포배양을 딱딱한 플라스틱 배양접시에 계속 하다 보면 세포가 노화가 되어 줄기세포 특성을 많이 잃게 된다. 이 때 노화된 세포를 치료로 사용되기 전에 부드러운 배양접시(0.5-2kPa)에서 잠시동안만 배양해도 젊은 세포의 특성으로 바뀌어 치료 잠재력을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May the force be with you”라는 말처럼, Mechanobiology는 우리 몸 안에서 작용하는 ‘힘’의 중요성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 연구 분야는 생명체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치료를 비롯한 의학 분야에 혁신적인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Mechanobiology Dental Medicine Research Center에서는 구강 내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의학 분야의 혁신적인 치료법 개발을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초연구를 통해 치의학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노력이 미래 의료 발전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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