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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추천도서 - 영화와 소설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요즘 우리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영화를 접합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눕히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영화가 펼쳐지죠. 하지만 소설이 주는 감동은 다릅니다. 글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작가가 쌓아 올린 문장 사이에서 자신의 상상을 덧붙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같은 소설이라도 읽는 사람마다 떠올리는 장면과 인물의 모습은 모두 다르죠. 이것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영화는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지만, 때로 원작 소설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상상 속에서 무한히 확장되었던 세계가 스크린 위에서는 단 하나의 해석으로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영화를 먼저 본 뒤 소설을 읽으면 영화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독자 스스로의 상상력이 제한되는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작품을 소설로 읽었으면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를 봤다면 소설을 읽지 않는 편입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의 자유를 누리는 일입니다. 문장의 여백을 채우는 것은 독자의 몫이고, 그 상상력은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킵니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 각각의 상황과 감정을 상상하며 공감하려면 이런 상상력의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영화는 소설이 줄 수 없는 강렬한 시각적 감동과 즉각적인 몰입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조금 더 느리고, 조금 더 깊이 파고듭니다. 문장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 그려내는 세계는 고유하고 유일합니다. 오늘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영화 한 편을 고르려던 마음을 접고, 책 한 권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상상력이라는 선물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도덕적 갈림길에 섰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무엇을 외면하고 바라봐야 할지 깊은 울림 선사

『이처럼 사소한 것들』 다산책방, 2023

 

1985년 아일랜드의 작은 소도시, 혹독한 겨울 속에서 석탄 상인 빌 펄롱의 평범한 삶에 예기치 못한 질문이 찾아옵니다. 석탄을 배달하러 간 수녀원에서 마주한 진실, 그리고 이를 외면할지 직면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한 개인이 삶의 도덕적 갈림길에 섰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찬사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단 116쪽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삶의 비참함과 희망, 인간다움의 본질을 압축해 담아냈습니다.

 

키건은 “좋은 글쓰기란 훌륭한 예의에 달려 있다”는 신념 아래, 과하지 않은 언어와 감정으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인간의 품위와 사랑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크리스마스가 배경이지만 단순히 따뜻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외면하고, 또 무엇을 바라봐야 할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오래도록 곱씹게 되는 삶의 교훈을 선사합니다. “우리 가운데 살아남을 것은 사랑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베를린영화제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두 가지 모두 접하길 권하지만, 하나를 고르라면 책을 고르겠습니다.

 


단조로운 공간은 우리의 감정을 병들게 한다
더 인간적이고 사랑받는 건축물을 꿈꾼다면…

『더 인간적인 건축』 알에이치코리아, 2024

 

매일 지나치는 길가의 건물들, 직선으로 뻗은 아파트와 반짝이는 유리창의 사무실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토마스 헤더윅의 이 책은 따분하고 비인간적인 건물이 우리의 감정을 병들게 하고, 환경을 해치며, 심지어 사회적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인간적이고 관대한 건축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가우디의 ‘까사 밀라’처럼 곡선과 복잡성이 어우러진 건물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미소를 불러일으킵니다. 반면, 매끈하고 단조로운 현대식 건물들은 주변 환경에 어떠한 이야기나 감정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단조로운 공간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인간의 신경과학적 반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헤더윅은 건축이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 인간적인 감정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건물은 기능뿐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 감동과 환대를 선사합니다. 이 책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뿐 아니라, 공간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각진 아파트 숲에서 사는 우리. 살고 일하고 걸어가는 공간이 따분함에서 벗어나 더 인간적이기를 꿈꾼다면, 이 책이 당신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닭갈비, 떡볶이, 편의점 음식엔 어떤 와인이 좋을까
와인별 궁합 맞는 친숙한 한식 재료 레시피도 추천

『푸드 앤 와인 페어링 쿡북』 한스미디어, 2024

 

와인 한 병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나요? 외식할 때는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지만, 집에서 와인을 먹고 싶을 때는 늘 고민됩니다. “이 와인엔 어떤 음식을 곁들이면 좋을까?” 이 책은 와인의 기초 지식부터 음식과의 페어링 원리, 그리고 간단하면서도 근사한 안주 레시피까지 체계적으로 안내하며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줍니다.

 

책은 포도 품종별 와인의 특징과 대표 향을 친절히 설명하며, 와인과 음식을 연결 짓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줍니다. 익숙한 한식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가 돋보이는데, 예를 들어 스파클링 와인에는 두릅 브루스케타와 미나리 감자 뢰스티, 화이트 와인에는 들기름 냉파스타나 대파 크림 파스타를, 로제 와인에는 닭갈비 떡볶이를 추천하는 등 일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요리를 제안합니다. 레드 와인 챕터에서는 삼겹살 수육이나 소고기 고사리볶음처럼 친숙한 메뉴를 와인의 무게감과 풍미에 맞춰 조합하는 팁을 알려줍니다.

 

이 외에도 편의점 음식과 와인을 페어링하는 기발한 아이디어, 치즈와 샤퀴테리에 어울리는 와인 선택법, 프랑스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까지 다채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두꺼운 와인 책 말고 간단하고 근사한 와인책을 고른다면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