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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의 과잉(Political Over-Correctness)

임철중 칼럼

진보정당 민주당이 미국 대선에서 참패하고, 79세의 공화당 트럼프가 새 바람을 타고 거짓말처럼 승리하였다. 정의와 개척정신으로 무장하고, ‘거짓말쟁이!’ 한마디에 목숨 걸고 결투를 하던 퓨리턴 미국인들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경제적 위기에 몰린 저학력 저소득의 백인들에 더하여, 속으로는 부끄러우면서도 지지했다는(Shy Trump) 지식인들의 이기주의가 가세한 탓이며, 심지어 민주주의의 장점이자 약점이라는 선거제도 자체를 탓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노골적으로 “너 죽고 나 살자(America First)”라며, 벌거벗은 포식자를 자처하는 인물을 지도자로 선택한 배경에는,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PC)에 식상한 국민과, 그 점을 꼭 찍어 선동-공격하여 증오 부풀리기에 성공한, 트럼프의 덮어씌우기 선거 전략이 있었다.

 

공화당이 이겼다기보다 민주당의 오만과 지나침이 패배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의 주장은 말 그대로 바르고 이상적이다(correct & ideal). 2010년경부터 미국에는 인종 성별 성정체성 등에 따라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진보적 가치가 화두였다. 가치를 설명하는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약자 DEI는, Deity(神格)를 연상시키면서 절대가치로 확대 재생산되어, PC 개념을 완성한다.

 

경찰의 과잉제압으로 소년 플로이드가 사망하자,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Black Lives Matter; BLM 시위”가 벌어지고, 항상 깨어있어 감시하자는 신조어 ‘Wokism’까지 탄생한다. 소수인종·성(性)소수자 보호가 극단으로 치달아, 장애인 보호를 넘어 마약중독자와 범법자도 보호한다며, 경범죄 입건 하한 액을 올려주는($400에서 $950) 코미디가 벌어진다. 근골이(Bones and Sinews) 여성보다 30% 강한 DNA를 갖고 태어나 20년을 훈련받은 남성이, 호르몬 주사 맞고 거시기 자른 뒤, “나는 여자다!”라며 여성 권투 계에 나서니, 상대는 한주먹에 코뼈가 주저앉는다.

 

2019년 샌프란시스코 FDI 총회 때 도심을 메웠던 홈리스와 마리화나에 절은 마약중독자 무리는 충격적이었다. 영화계 전설 이스트우드가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출발했지만, 몸값을 올린 것은 더티 해리 시리즈였다. 범죄에 식상했던 시민들은 형사 캘러한의 쾌도난마 식 범죄자 응징에 갈채를 보냈다. 전국적으로 값싼 합성마약과 범죄와 동성애가 더욱 더 번지고, 그 위에 경제 불황까지 덮치자, 직격탄을 맞은 저소득층 백인들의 분노가 끓어오른다. 기회포착의 천재 트럼프는 화살을 민주당이 이끄는 PC로 돌리고, 60년대에 시작하여 잘 정착된 소수민족의 대학입시 할당제(Affirmative Action)마저 위헌으로 공격 받는다.

 

2016 대선 때 “월가를 점령하라!”로 재미를 봤던 반 엘리트주의(anti-meritocracy)가 되살아나, 반 PC 운동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트럼프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기본적으로 PC의 방향은 옳으나 문제는 과잉이었다. 선의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좌우 가릴 것 없이 ‘과잉의 종착역은 극단’이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후유증을 치유하자던 사회주의의 극단은 자체수정(自體修正)이 불가능한 공산주의가 되었고, 산업화의 지각생으로서 극단적 우회전으로 치달은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왔으며, 이슬람의 근본주의(Fundamentalism)는 숭고한 코란의 정신을 지나쳐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불씨가 되었다.

 

과잉과 극단(Excess Vs. Extreme)을 진단하는 증세는 의외로 단순하다. 제 2의 의견이나 주장을 절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숨 쉴 틈 없는 경직성’이다. 가족 관계와 정신세계까지 연결되는 종교가 정치에서 분리된(政敎分離) 역사는, 바로 헤겔의 정반합(正反合)이라는 변증법적(Dialectic)인 인류 문화발달의 첫걸음이 아니었던가? 많은 학자들이 민주주의의 사망을 예측 우려하지만, 트럼프의 승리가 그저 테제와 합(合; Synthesis)을 이루기 위한 안티테제의 역할에 그치리라는 생각은, 나만의 희망 사항일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