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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없네

시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현을 종종하게 된다. 어처구니는 주로 ‘없다’라는 말이 뒤에 붙어서 상상 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때 쓰는 표현이다. 어원을 살펴보면 맷돌은 아래 위가 둥근 돌로 만들어져 있지만 손잡이 부분만 나무로 되어 있는데 그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한다. 즉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을 돌릴 수 없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어처구니가 없이는 곡물을 갈 수가 없으니 난처하거나 황당한 일이 생겼을 때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표현을 썼다고 전해진다.

 

궁궐의 추녀 끝에 액운을 막기 위해 잡상(雜像)의 조각물을 세웠는데 이 조각상을 ‘어처구니’라고도 한다. 이 조각상이 없으면 미완성 건축물이라 한다. 한편으로는 불이 났는데 처마 위를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것이다.

 

살면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뜻밖의 사건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보이스피싱의 경우도 절대 당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예외 없이 당하는 것을 보면 웃을 일도 아니다. 더 지능화된 스미싱의 경우 설마 하다가 클릭하는 순간 미끼에 걸려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된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순간 뭔가 씌었다고 한다. 아니 귀신에 홀렸다고 푸념한다. 전자결제 하는데 머리는 정확히 지시하는데 손가락이 말을 안 들어 숫자하나를 더 쓴다든지 다른 계좌로 이체되는 등, 조금만 더 신경 써서 하면 될 일인데 황당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수습하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에 조심조심 신중을 기하여 미연에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최근에 가까운 지인에게서 겪은 일인데 딸이 대학입학 후 등록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입력에 오류가 생겨 등록이 취소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합격되어 축하받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등록취소라는 눈을 의심케 하는 사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온라인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심정으로 해당대학교로 허겁지겁 힘들게 찾아가 수습 하긴 했는데 눈에 뭐가 씌지 않고서야 어째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내 일이 아니어도 그 당시 상황을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나마 해결했으니 망정이지 한 순간의 착오로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 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지나친 비약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뜨고 코 베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술값이나 음식 값을 덤터기 썼을 때도 그랬다. 오래전에 친구 졸업식 날 인파에 밀려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잡으려는데 카메라는 없고 어깨에 끈만 댕그랗게 남아있어 사진도 못 찍었던 너무 황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일어나지 않아야 될 일이 생겼을 때의 당황스러움이 되풀이 되지 않게 매사에 방심은 금물, 좀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일부 치과의사들은 보험수가보다 낮은 틀니나 임플란트 치료로 환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수많은 치과의사들이 현실과 이상의 문턱에서 괴리를 느끼며 이따금 실의에 빠질 때가 있다. 정당한 진료비를 청구함에도 오히려 비싼 치과가 되어 기준수가 이하로 받는 치과가 양심치과로 추앙받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이런 게 어처구니가 없는 현실이 아닌가? 남으면 된다는 얄팍한 상술에서 벗어나 양심적인 진료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를 위해서 힘들게 얻어낸 최소한의 기본수가라도 지켜 스트레스에 대한 대가, 정당한 기술료와 지적재산권을 인정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어처구니가 없는 사례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는 일을 백 프로 막을 수는 없지만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소심하다는 말을 들으면 내심 유쾌하지 않았는데 점차 무감각해지면서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세심하다로 자위하며 정교함을 요구하는 우리직업상, 세심할수록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꼼꼼히 챙기고 퇴근 후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삶이 우리가 바라는 삶이 아닐까? 간간히 들리는 어처구니없는 치과 의료사고를 접하며 우리 모두 신중, 세심이란 단어를 가슴 깊이 꼭꼭 새겨 모두를 위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처구니가 없네

 

불이 났네
처마 위에 조각상이 없네
어처구니가 없네

 

맷돌 손잡이가 떨어져나가
돌릴 수가 없네
어처구니가 없네

 

돈 떼이고 친구 잃고
도와주고 오해받고
농담이 진담되고

 

내겐
처마 위 조각상도 멧돌 손잡이도 없네
어처구니가 없네 기가 막히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