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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치과 거인(巨人), 이긍호 명예교수 영면

“치의학은 아픔 나누는 인간학” 베푸는 삶 솔선
소아치과·스마일재단 등 공공의료 큰 족적 남겨

대한민국 장애인치과의 거인(巨人), 이긍호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향년 83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이 교수는 지난 1965년 서울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소아치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 1976년 경희치대 소아치과학 교실 교수로 부임해, 2007년 정년 퇴임하기까지 후학을 양성하고 환자를 돌보며 국민 구강건강 증진에 이바지했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 1994년 ‘장애인치과학’ 강의를 국내 최초로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에 개설했다. 아직 장애인치과의 필요성조차 대두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04년 초대회장으로서 ‘대한장애인치과학회’를 창립하고, 그 발전에 헌신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국 15개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세계장애인치과학회(iADH) 개최국 중 하나로서 차기 회장을 배출한, 전 세계 장애인치과 리더로서의 위상과 품격을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한평생 솔선수범하는 삶의 자세를 실천했다. 저소득·중증장애인을 위한 국내 유일 비영리법인인 ‘스마일재단’의 발기인이자, 제2대 이사장이기도 했던 이 교수는 지난 2014년 비영리 장애인 치과 진료센터 ‘더스마일치과의원’의 초대 센터장으로 부임해, 여든세 퇴임하기까지 6년여 동안 1000명이 넘는 저소득·중증장애인에게 인술을 베풀었다.


이러한 철학을 엿볼 수 있듯, 생전 이 교수는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장애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이라는 한편 “치의학은 단지 치료 기술을 배우는 학문이 아닌,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인간학”이라고 표현했다.


소아치과에서도 이 교수는 후학이 뒤따를 수 있도록 크고 선명한 족적을 남겼다. 이 교수는 지난 1988년 대한소아치과학회 회장으로서 국내 소아치과학의 기틀을 다지는 데 열정을 쏟았다. 또한 지난 2004년에는 아시아소아치과회장(PDAA)으로서 우리나라 소아치과의 위상을 제고하고 국제 사회에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지난 1996년 제12대 공직치과의사회 회장으로서 소외계층을 위한 공공의료의 가치를 실현하기도 했다. 또 이 같은 헌신은 제16회 우정선행상 대상에 선정되는 등 우리 사회의 귀감으로 헌액됐다.


이 교수의 갑작스러운 영면에 장애인치과계는 커다란 슬픔에 잠기는 한편, 지난 12일 영결식을 열고 그의 유지를 반드시 이어가겠다는 뜻을 모았다. 이효설 교수(경희대)는 “교수님의 따뜻한 가르침과 소아치과학에 대한 깊은 애정을 기억한다”며 “교수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장애인 치과 진료 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하고 그들이 밝게 웃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전했다.

나성식 장애인치과학회 전 회장은 “교수님이 걸어오신 길을 기억하고, 가르침을 가슴에 새겨 그 뜻을 이어가겠다”며 “부디 그곳에서는 모든 고통과 근심을 내려놓고 평안하시기를 기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