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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

스펙트럼

학위 분야에서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학부생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고, 석사생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으며, 박사생은 비로소 자신이 아는 것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고 한다. 이러한 말을 곱씹어보면 치의학 분야에서 임상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 상황과 닮은 부분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 내원하신 환자분의 하악 대구치 근관치료 마무리와 함께 코어와 프렙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임시치아 제작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도가 텄다고 생각해 평소처럼 8분이면 제작부터 교합까지 맞출 수 있겠다고 자신하던 나였다. 그러나 그날따라 이상하게 설측부가 얇게 나오는가 하면, 인접면에 레진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재이장을 수차례 반복하다 보니 8분은 고사하고 30분은 족히 넘어 겨우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혀가 꽤 커서 교합 시에 레진을 압박하여 설측부가 얇아진 것이었고, 그와 함께 인접면으로 충분히 레진이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밀려나 결손이 생긴 것이었다.

 

또 한번은 상악 구치부 metal coping을 시적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교합조정을 해도 시적 전후로 교합지가 잘 물렸다가도 다시 빠지기를 반복한 적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fully seating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등 나름의 trouble shooting을 가지고 있었으나, 장착이 잘 되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대표원장님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였는데, 알고 보니 환자가 CR에서 CO로 물 때 구치부 교합의 양상이 일정하지 않고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 원인이었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교합을 맞추다보니 다른 요소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최근에도 친한 동생의 상악 제2소구치 근관치료를 위해 접근와동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orifice가 지나치게 협측으로 치우쳐 있었던 적이 있다. 아직 국시공부의 잔상(?)이 남아있어 상악 제2소구치에서는 1치근 1근관이 대부분임을 숙지하고 있던 터라 당일 치료를 마무리하려던 참이었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한쪽으로 편향된 orifice에 대한 찝찝함으로 다시 PA를 찍어보니, 수평각이 바뀌자마자 바로 치근 두 개가 나타나는 마법과 함께 상악 제2소구치에서 2치근 2근관의 사례를 임상에서 처음 마주하였고, 자칫 missing canal로 인한 근관치료 실패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봉직의로서 임상을 하면 할수록 ‘모든 것을 아는 것 같은’ 단계에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단계로 접어드는 기분이 든다. 임상에는 핵심적인 절차 외에도 수많은 디테일이 존재하고, 그것들이 하나 둘 모여서 치료의 예후를 결정짓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임상이 쉬워지기보다는 오히려 까다롭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졸업 직후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술식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이 술식 자체에만 있지 않을 수 있음을 조금은 더 빨리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은 만큼 술식과 관련한 핵심적인 절차를 더욱 확실히 숙지함과 동시에 그 외의 디테일적인 요소들을 끊임없이 학습하고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단계를 벗어나 진정으로 ‘아는 것이 부족하다는 걸 아는’ 단계에 이르게 되고, 더욱 앎을 갈구하기 위해 부단히 힘쓰는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는 봐줄 만한 임상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