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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787)>
나의 스타이야기
김현진(강원 태백 김현치과의원 원장)

원장님 전화입니다. 누구신데요? 위생사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포항의 프로토스(?) 라는데요?” 하며 전화를 건네준다. 엥? 프로축구팀 이름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란 유명한 게임에 나오는 종족이름이다. 나와 밤마다 인터넷에서 게임을 즐기는 전우(?)로부터의 전화다. 잠시 진료를 멈추고 살벌한 대화가 오고 간다. 어제 잘했으면 그놈들을 피떡을 만들 수 있었는데... 거기에 핵을 한방 날렸어야 하는데... 다름아닌 2년전쯤 컴맹을 탈출한답시고... 누가 컴퓨터를 배우려면 게임부터 해야 된다기에 시작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이야기이다. 다른 원장들은 골프다, 테니스다, 이런 건전한 쪽으로 여가를 선용하는데 나는 밤이면 밤마다 게임을 지극한 정성으로 하루에 2∼3시간을 해왔다. 누가 진료마치면 뭐하시냐고 물어도 창피해서 말도 못한다. 애들이 하는 게임을 밤새워 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스타크래프트’를 소개하자면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자원을 채취하고 병사를 만들어서 여러 지형에서 적들을 제거하는 게임이다. 환자의 썩은 우식 부위나 치석 등을 제거하는 치과랑 일맥상통(?) 하는 점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낮에 환자들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밤에는 게임을 통해서 적들을 통쾌하게 제거하면서 푼다. 그러나 집사람 생각은 다르다. “그 정성으로 나한테 반만 해봐요! 학교 다닐 때 ‘스타크래프트’ 하는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나요?” 나는 당근이라면 정색을 하지만 물론 아니다. 가끔씩 컴퓨터를 하다가 몰라서 나한테 물으면 아는 게 없다. 2년간 매일 컴퓨터로 게임을 했지만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컴을 켜고 끄는 것, 게임하는 것, 독수리 타법으로 한타와 영타를 조금 치는 게 전부이다. 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지금껏 정부의 1인 1아이디 갖기와 통신망 인프라 구축에 한 몫을 했노라고. 그리고 다른 원장 사모님들의 원망도 한 몸에 받고 있다. 나혼자 하기 아까워 게임CD도 사주면서 전국에 있는 선후배 원장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것이다. 낚시 과부가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과부로 만든 것이다. 밤새 게임을 하다보니 낮에 진료할 때는 힘들어하고 피곤하다 소리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그렇지만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어둠이 내리면 눈에 생기가 돈다. 어쩔 수 없는 올빼미 띠인 것이다. 전국에 있는 선후배 올빼미들이 밤이면 인터넷상에 모여서 채팅도 하고 게임도 한다. 대화도 ‘스타크래프트’화 되었다. “형 요즘 어때 환자 많아? 말도 마라 저글링만 개떼처럼 많고 캐리어는 없다.” 저글링이란 이 게임에 나오는 자원을 가장 적게 들고 생산되는 저급 유닛, 캐리어는 자원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고급 유닛. 나는 저글링조차 없다. 환자 있으면 드랍쉽(이 게임에 나오는 수송선)에 태워 우리 치과에 unload해다오 이런 식이다. 나는 중독이 아니라고 우기지만 담배만큼 끊기 힘들다. 오늘도 고단한 진료가 시작된다. “위생사 dycal 준비해요.” 갑자기 밑에서 치료받고 있던 꼬마녀석이 칼!! 하며 벌떡 일어선다. “녀석아 그건 칼이 아니라 바르는 약이야.” “아니에요, 선생님이 분명히 칼이라고 그랬어요. 다이칼이라고 엉엉엉∼.” 아... 오늘은 아침부터 꼬마저글링이 반란을 일으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