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안식이 되는 여행
결코 그만 둘 생각은 없다
쉬면서 즐기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만나는 생생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서 진정 의미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치과의사 선생님들은 일반의사들 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인지 해외 여행지에 가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의외로 치과의사 분들은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어렸을 적 가족 여행을 다닌 기억 빼고는 대학 때 친구들이랑 방학을 이용해 다닌 여행이 전부였고, 본격적으로 방랑에 가까운 여행은 졸업후 였다.
대학 졸업 후 영천 삼군사관학교에서 12주 동안 훈련을 받고, 천안 독립기념관 근처 지금은 상록C.C로 더 알려진 수신면 보건지소에서 만 3년 동안 보내게 됐다.
보건지소 2층에는 숙식이 가능한 관사가 있었는데 이곳이 나의 여행의 베이스 캠프가 됐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그냥 발 가는 대로 돌아다녔다.
마치 공부 못해 고생한 대학 생활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듯이….
이때 타고 다닌 승용차가 만 3년 동안 16만킬로를 달려 차를 팔 때에는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많아 매매하는 분이 직업이 뭐냐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
이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등산 장비, 낚시 장비들을 구입했으며, 스쿠버다이빙 장비도 새로 구입해 어렸을 때 바닷가에서 보내면서 본 아름다운 수중세계를 찾아 떠났다.
그 당시 공중보건의 월급이 얼마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집에서 용돈을 다시 얻어 사용해야 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근무하던 보건지소 동네 주민들도 이 여행을 도와준 고마운 분들이었다.
근무지 이탈을 하면 요즘에는 무척 곤란을 겪는다고 들었는데, 당시에는 동네 주민들도 큰 불평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근무하던 곳이 워낙 인구수가 적어 보건지소를 이용하는 분들이 적었고, 대도시가 가까워 대부분 도시병원을 이용하는 지역이라 보건지소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지 않고 사는 주민이 많았다. 처음 이곳에서 여행을 시작할 때는 주로 산행을 좋아했다. 주로 능선을 따라 종단하는 것을 즐겼는데 산이 주는 느낌과 바다가 주는 느낌은 비슷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항상 변화가 있고, 너그러움과 웅장함이 있다.
그리고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을 어느 정도 이해하려면 체력적인 한계를 몇 번 넘기듯이 산도 체력적인 한계가 더 많이 요구됐다. 그리고 바다 여행은 항상 공기통을 차에 실고 다녔다.
군사지역이 아니면서 물이 맑은 바다를 보면 입, 출수가 용이한 곳을 찾아 들어갔고, 강원·충북의 국립공원 안에 있는 작은 계곡을 보면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겁도 없이 달려 들어갔다.
그런 생활 3년을 하면서 국내의 산과 동해, 남해, 그리고 서해의 섬들을 찾아 다녔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 물질적으로 남은 것은 연체된 카드대금 이였지만 여행 중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각들, 새로운 환경을 접해보면서 내 자신의 위치, 그리고 내가 살아가야 될 인생에 대해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느끼며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나에게 그런 정열은 없다. 그리고 이제는 식솔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그런 계획 없는 여행은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의 안식이 되는 여행을 결코 그만 둘 생각은 없다. 이제 편안하게 쉬면서 즐기는 여행을 떠난다.
아직 두 아들이 어려서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면 아이들이 해변 모래 위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 나와 아내는 수중세계를 즐긴다. 물 속에서 놓치기 싫은 아름다운 장면들이 너무나 많다.
말로서는 표현하지 못하는 오묘한 색깔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본인이 이제 스쿠버 다이빙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그 바다에 들어가서 가져오고 싶은 색깔이 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