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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6)좋은 추억/김규태

지금 나를 싫어하는
혹은 싫어할지도 모를 후배들이
나에 대한 기억이 좋아지길…

 

좋은추억노래 못 부르는 사람에게 노래방이 고역이듯, 글 못쓰는 사람에게 원고를 청탁하는 것도 고문이라고 생각한다.
글 쓰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초등학교 때 그림일기도 잘 안 쓰고 방학 숙제인 일기쓰기도 며칠 몰아서 썼던 사람에게는 더 더욱 힘든 일이라 하겠다.


방사선학을 전공하면서 교수님들 모시고 생활해 온 지도 3년이 흘러 병원에서 나가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과 특성상 환자보다는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이 많기에 학생들과의 관계가 생활하는데 중요할 수 있다.


사람들을 상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인턴 때 보다는 1년차가 힘들고 2년차가 더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잘 해 주고 싶은 학년이 있는가 하면, 괜히 조금만 잘못해도 많이 혼내는 학년이 있다.


작용-반작용 법칙은 항상 적용되는 것이라 학생들에게 싫은 소리 한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그런 소리 듣는 학생들은 더 싫을 것이지만. 몇 년 전에 겪었던 병원생활을 요즘 돌이켜 보면 나도 썩 좋은 학생은 아닌 것 같다.
 싫은 소리하는 선생님에게는 잘 안 가려고 하고 싸인 잘 해주는 선생님에게만 가려고 하고. 이런 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안주는 싫은 선생님들이 된다.


그 때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환자 보는 것보다는 선생님들과의 트러블이 더 많았고 얄미운 동기들로 인한 것들이 많았으므로. 그런 선생님들이나 동기들이 그 때는 얼마나 얄밉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할 필요 없었던 일도 그 때는 왜 그렇게 민감했는지 간혹 궁금할 때가 있다. 뇌는 나쁜 기억은 빨리 잊고 좋은 기억은 오랫동안 남겨 놓는다고 한다.


오래된 사진들을 보면 그 때의 주로 좋은 추억들만 생각나는 것같이. 지금 나를 싫어하는 혹은 싫어할지도 모를 후배들이 나에 대한 기억이 좋아지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김규태

- 현)경희치대 구강악안면방사선과 레지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