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원 소중한 만큼
함께 일하는 간호사가 소중하고
병원 찾아주는 환자 또한 소중…
내 병원 간호사병원을 경영하는 원장선생님이라면 누구나 간호사 구인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개원한지 어느덧 7~8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정도의 차이와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언제나 간호사 문제로 고민하곤 한다. 이번엔 셋째 간호사가 대입문제로 2년만에 병원을 휴직하게 됐고, 이번에도 변함없이 생활광고지에 구인광고를 내본다. 요새같은 구인난시대에 이번엔 좀 많은 사람을 면접봤으면 하는 바람에 광고 내용 또한 무경험자도 올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냈다.
언제던가 내 병원은 지하철 근처가 아니라 지하철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 10분쯤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면접은 보러 오지 않고 진료시간이며, 연장 근무여부, 간호사 수, 원장님 출신 학교까지 오히려 병원 면접을 본 후 그제서야 병원 위치를 물어 본다. 창동역에서 마을 버스타고의 ‘마’를 발음하자마자 그대로 끊어 버린 경우도 있었다.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그 간호사는 역 주변 아니면 일 할 의사가 없었나보다. 아무튼 이번엔 치과 무경험자로 소아과 3개월 아르바이트했던 간호조무사가 막내로 들어 왔다. 사실 지금 헤드 간호사는 나보다 치과 경력이 많은 13년차 간호조무사이고 둘째는 이제 내 병원에서 병원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2년차 치위생사이다.
생각해보니 처음 헤드간호사를 뽑을 때도 걱정이 많았다. 기혼자와는 처음 일해보는거라 은근히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이 나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예전 같으면 양동이가 필요하니 양동이를 구입해 놓으라 하면 의례 “양동이는 어디서 사야되죠”했을 터인데 이 헤드 간호사는 집에서 안쓰던 양동이를 가져오고, 첫 월급 주던 날 양말을 선물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멤버 교체로 인한 은근한 걱정이 있었는데 먼저 말 하기도 전에 새 식구가 들어오자 저녁에 삼겹살을 나 빼고 다같이 모여 사줬다는 것이 아닌가. 별 것 아니지만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 마음 써 주는 간호사를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인가 생각도 해 본다.
둘째 치위생사는 처음에 면접 볼 때 아직 치위생사 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이라 시험 붙을 자신 있느냐 물으니 선뜻 대답하지 못해 은근히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무엇보다 감정의 기복이 없고 꾸준한 성격이 가장 마음에 든다.
특히, 한달에 두 번 가는 뇌성마비 진료봉사때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서둘러야 하는데 지금까지 싫은 내색 한번 없었다. 일이야 배우면 잘 할 터이고 변함 없는 성실함이 덕목 중 으뜸이라 생각했는데 여태껏 2년 가까이 생활하는 가운데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새 간호사가 오고 처음부터 이것저것 가르치는 어수선함 속에 비록 내 몸은 전보다 바쁘고 부지런해 졌지만 서로들 잘 지내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새로온지 며칠 후 뭔가를 막내가 수첩에 적었길래 한번 슬쩍 봤다. 나름대로 매 치료 단계마다 필요한 기구며, 약재, 준비물들을 그림까지 곁들어 적어 놓은 것이 아닌가.그 내용을 보면서 Z.O.E (냄새 지독한 하얀약), 스타핑 케리어(쇠주사), AH26(보라색 연고약), 표면마취제(딸기약), 마이크로브러쉬(파란 솜 방망이), Depulpin(파란 찰흙약), 비타펙스(노란 주사약), J.G.Pallet(까만콩솜) 등등. 비 치과인이 보는 치과의 기구, 약재의 표현이 개념상 크게 틀릴 것 없이 이렇게 간결하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어찌보면 우리 막내간호사가 국어학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모르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언젠가는 막내간호사만의 용어대로 진료를 해본다. 딸기약 바르고 보라색 연고약 준비해주세요, 2번 chair 환자는 파란 찰흙약에 쇠주사 준비하고, 3번 chair에는 물소독에 까만콩솜 갔다 놓으세요.
아무튼 이렇게 하루가 가고 매일 반복되는 진료실 생활이지만 가끔은 점심때 간호사들 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