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970) 봄이 오는 길목에서/최중호 초량치과의원 원장

환자가 경영의 대상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잠시 쉴때가 된 것입니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 시 한편을…

 

봄비가 대지에 촉촉이 내리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말라붙은 풀과 나무 위에 내리고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가슴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 줍니다.
이제 새순이 돋고 살아 있는 것들이 모두 꿈틀대는 봄이 오겠지요.


슈트라우스의 왈츠 ‘봄의 소리"가 감미롭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전쟁영화가 많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콜드 마운틴"을 보면 전쟁이 얼마나 지독하게 인간성을 빼앗아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전쟁터처럼 무감각하게 앞만 보고 달려온 도시인들을 위로해서 하늘에서 ‘병사의 휴식"처럼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전쟁중이라면 총을 땅에 내려놓고 지금 행군중이라면 행군을 멈추고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거나 조용히 명상을 해보세요.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리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위해 달려 온 지도 모르는 나에게 잠시 ‘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즐거운 삶, 가치 있는 삶, 나누고 베푸는 일,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멀리한 점을 반성해 봅니다.


고대 로마신화의 행운의 여신, 기회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는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는 없는 대머리라고 합니다.
기회가 올 때 앞머리를 붙잡아야지 뒤늦게 잡으려해도 뒷머리는 잡을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인생, 뜻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주저 없이 바로 좋은 일을 행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알고 실천하는 부산 여치회와 지부임원들의 봉사활동이 있었습니다.
장애 영유아들의 치료와 보살피는 광경을 보면서 나도 본받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진리는 모르나 지금 하고 있는 치과치료는 그 자체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며 이 일을 하다가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일은 우리들에게 작은 진리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상업적 경영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치료의 진실성이나 질적인 향상을 무시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환자가 경영의 대상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잠시 쉴 때가 된 것입니다. 잠깐 티타임을 갖고 좋아하는 음악 한곡, 시 한편을 읽거나 그리운 친구, 정다운 선후배와 잠시 담소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핸드피스라는 금속성 총기를 버리고 폴모리아의 ‘병사의 휴식"을 들을 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면 황량해져 가는 우리의 힘들고 지친 육신과 마음이 건강하고 맑게 회복될 것입니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운명의 순간 ‘허둥대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라고 유언하고 비석에 새겼습니다.


이제부턴 솔직하고 따뜻하게 환자를 대하면서 올바른 진료를 해나가야겠습니다.
‘이것은 얼마니, 이것은 바로사체, 이것은 구짜, 이것은 팔에 감어. 난 럭셔리 강이여" 하고 말하는 웃찾사의 개그맨 강성범을 보고 사람들은 ‘정말 웃기는 사람이야" 하며 박장대소 합니다.
아파서 내원한 환자에게 혹시 나의 모습이 ‘럭셔리 최"로 보이지나 않을 까 걱정해봅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밖에는 계속 비가 오고 진료실에는 노란 후리지아 꽃이 그윽한 향기를 품고서 소담스럽게 피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