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한 잔을 마시며...
커피나 음료수들의
달콤함과 상쾌함도 좋지만
은은히 코를 자극하고…
매스컴의 발달과 컴퓨터와 같은 매체의 발전으로 지금의 생활은 매우 빠른 흐름과 다양함을 가지고 있고,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복잡한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수없이 다양한 직업이 있고, 이런 직업들을 통해 자본주의 근간이 되는 경제적인 요소를 해결하고 저마다의 삶을 영위해 가고 있다.
치과대학에 입학하면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이 일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지만 매일 반복되는 기계적인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곤 한다.
일상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취미 생활이나 운동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국산차를 소개받았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탓인지 옛날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던 차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고 책과 인터넷을 통해서 차의 종류, 차에 얽힌 이야기, 차의 유래 등에 대해 메모하기도 했다.
차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역사에 등장해 왔다. 실제로 남부지방 곳곳엔 진작부터 차밭을 가꾼 흔적이 있다. 신라 흥덕왕 때 당나라로부터 차씨를 가져와 심기 시작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차의 유래를 더듬곤 한다. 그러나 죽로차의 김해에서는 수로왕비 허 황후가 인도에서 갖고 온 물품 중에 차도 포함됐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전에도 차가 있었으며 다만 널리 보급된 것이 불교가 성한 신라였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주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커피나 음료수들의 달콤함과 상쾌함도 좋지만 은은히 코를 자극하고 혀끝을 휘감아 도는 한 잔의 차 또한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해줘서 좋다.
원장실에서 환자가 없는 틈을 타서 분청사기에 담긴 차 한 잔을 마시면서 혼자만이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또 한 가지의 즐거움이 된다.
또한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나 방문객에게 따뜻하게 데워진 차를 따르면서 느낄 수 있는 정겨운 느낌도 살아가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장실의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bexco의 모습도 벌써 봄맞이를 준비하는 꽃과 나무들에 의해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해 주고, 신호 대기 중인 많은 종류의 자동차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원장실을 휘감아 도는 차 향기는 삶의 여백을 더 넓혀 준다.
별로 춥지 않은 겨울이었지만 살짝 열려진 창문틈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이제는 별로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치장된 삭막한 공간에도 주변의 가로수에 새싹이 움트고 주변의 화단에 심겨진 화사한 꽃들이 다행스럽게도 도시의 색깔을 조화롭게 하고 있다.
조용한 시간을 틈타 녹차향 가득한 한 잔의 차를 음미하면서 상념에 잠겨 잠시 여유를 만끽하고 있을 즈음 아쉽게도 밖에서 들려오는 간호사의 “환자 오셨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오게 하여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일과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