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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승만부인 이야기/김치영 원

 

 

천여년 세월 모진 풍상에도
굳건히 앉아있는 석가여래좌상
경건한 마음으로 그 옆에 섰다

 

森羅萬象에 생기가 넘치고 세상의 온갖 화사함이 자태를 드러낸다.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는가. 暗鬱했던 시대의 造語이지만 그 시대의 4월도 결코 잔인하지 않았다. 4월은 자연과 인간이 아우러지는 자비의 달이다.


진료실에 앉았노라면 봄꽃이 만발한 야외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래서 이번엔 항공사 잡지에 소개된 창녕 관룡사를 찾기로 했다. 일부러 고속도로를 피하고 진영, 수산, 부곡, 영산으로 이어지는 국도를 탄다. 마을 마을이 나타났다 뒤로하는 새롭고 아기자기함이 좋다. 이쯤에서 동승한 아내의 이웃사람을 소개하자.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며느리로 서울 토박이인데 그 서글서글한 인상이 모든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자주 산사를 찾아 불공을 드리고 법문도 들으며 스님의 시중을 마다하지 않는 믿음이 깊은 분이다. 지금부터 이 보살님을 승만부인이라고 해둔다. 한 2년 전엔가 남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몸이 조금 불편해지자 자신이 직접 사업에 나섰다. 물론 남편이 하던 일이 아니고 순수 창업자로서 말이다. 언젠가 관룡사 얘기를 해줬더니 가게 되면 꼭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던 터였다.


도립공원이 가까워진 것 같은데... 마침 CD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아내의 빽하는 고함 소리에 깜짝 놀라 차를 세우니 표 파는 사람이 뒤에서 시큰둥하여 다가오고 있다. “다음부터 그라지 마이소이!”


관룡사에 도착했다.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절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한 무리의 일본인관광객을 빼고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본사 요사체 왼쪽 담장을 돌아 산길로 접어든다. 산사태로 등산로가 허물어져 길이 험해진다. 그런데 우리의 승만부인은 물고기 제물 만난 듯 날렵한 몸짓으로 선두로 나선다. 이윽고 하늘을 가렸던 숲이 듬성해지자 멀리 용선대가 보이고 그 위에 부처의 모습이 나타났다. 잠깐 목례후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이 보이는 코앞에서 3미터 정도 두 손을 쓰는 암벽등반을 해야 한다. 드디어 용선대에 올랐다. 천여년 세월 모진 풍상에도 굳건히 앉아 있는 석가여래좌상! 경건한 마음으로 그 옆에 섰다 -부처님의 정면에 마주 서는 게 아니므로- 멀리 동쪽을 바라보며 예의 잔잔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佛心이 저절로 느껴진다. 주위 경관도 가히 절경이라 잠시 想念에 잠겨 있는 사이 두 보살은 정성으로 예를 올리고 있다.


사실 승만부인은 부처님 시대 존재했던 나라인 아유다국의 공주였다. 항상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만나 뵙기를 기다리던 어느 날 친히 부처님이 아유다국에 오셨다. 부처님은 승만부인의 信實함과 보리심을 보시고 크게 흡족해 하셨다. 이에 승만부인은 부처님에게 귀의하고 부처님은 아승기겁(阿僧祇劫)후의 미래에 부처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굳이 불교를 말하지 않더라도 전세계적인 보편적 종교들은 모두 일상생활에 그 정신이 짙게 스미어 있다.


종교와 다른 종교, 종교인과 비종교인으로 구분지어 종교에 접근하기보다 일상적인 사회 활동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 근거는, 우리나라의 한 고승의 말씀에 의하면, 宗敎라고 할 때 宗자의 康熙字典적 해석은 마루, 命, 높은, 근본 등의 여러 字解가 있는데 모두가 命 즉 生命이라는 공통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종교의 사전적 의미는 생명활동의 가르침이 된다. 인간 생명 활동이란 무엇인가, 바로 사회 활동이 아닌가. 또한 사회생활은 올바른 사고방식에 의해서만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겠나 여겨진다.


요즘 우리의 승만부인은 사업에 파생되는 여러 문제도 있다 하지만 거의 즐거운 비명 수준인 것 같다. 더욱이 남편도 건강을 많이 회복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론 道場에 자주 못 들리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은 알리라, 부처님과 일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