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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施惠(시혜)

개원한지 20년 넘어버린 지금
진정으로 나를 위한 글이라는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

 

오래전부터 치과에 施惠(시혜)라는 석전 황욱 선생님의 글이 있었다.
아마 80년초 쯤인가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황욱 선생님의 아드님이 아는 분의 소개로 치과에 오신 적이 있었다.


참 파란 만장한 삶을 사신 분이셨는데 치아가 많이 좋지 않으셨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셨고 치료비는 절반정도 받은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분이 아버님이신 황욱 선생님에게 특별히 치과의사에게 적당한 글을 부탁해 施惠라는 글을 선물로 받게 됐다.


참고로 석전 황욱 선생님을 잠시 소개하면 189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한학과 禮(예) 樂(악) 書(서)등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학문을 갖추신 분으로 1953년부터 은거해 필력을 연마하셨고 또 말년에는 수전증을 극복하기 위해 손바닥 전체로 붓을 잡는 악필법으로 1975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신 분이다. 작품으로는 불국사 종각 현판과 화엄사 일주문 현판이 있으시다.
80년 대 젊은 시절에는 그냥 유명한 선생님 작품이 한점 치과에 걸려 있다는 것 뿐 별다른 의미를 갖지를 않았었다.


그러나 어느 덧 개원한지 20년도 훌쩍 넘어버린 지금 그 글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글이라는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
환자를 보다가 짜증 날 때 때로는 치료가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을 때 나는 그 글을 묵묵히 쳐다보곤 한다.
환자들에게 시술로써 은혜를 베풀라고 써 주신 그 글이 나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환자에게 최선을 다 하려는 자세를 가지게 한다.


가끔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후배들에게 환자들을 자기 가족에게 치료하듯이 해 주면 병원이 잘 될 거라고 말해 주곤 한다.
물론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비싼 임대료며 임금 등 여러 여건이 치과를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많겠지만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한다면 적정한 치료비로 최상의 치료를 해 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관악구에는 그런 분이 계시지 않겠지만 가끔씩 열 몇개의 충치 치료를 요 한다는 진단을 받고 찾아오는 환자를 만난다.


환자가 발견하지 못한 충치나 치주 질환을 치료 하는 것은 환자를 위해 좋은 일이겠지만 아무리 찾아 봐도 한 두개 외에는 치료 할 것이 없을때 같은 치과의사로서 부끄럽고 화가 난다. 자기 가족을 치료 할 때도 이렇게 할 것인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치과의 과잉 진료가 문제가 될 수가 있는 이때 우리 치과의사의 자정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 자신부터 황욱 선생님이 주신 施惠를 읽으면서 더 자정하고 환자를 위한 치료를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수백

- 74년 서울치대 졸

- 현)이수백 치과의원 원장

- 서울시 관악구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