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원 개원 2달째
나름대로 시스템이 갖춰져가고
마침 30대로 접어들고 있다
여름. 확실한 여름이다.
날씨로 보나, 날짜로 보나.
하지만 하루종일 시원한 치과에서 일하다보니 뉴스에서 연일 덥다고는 하는데 실감을 못하고 산다.
학창시절, 더위에 지쳐 배부른 오후 강의시간이면 쏟아지는 잠을 주체못해 꾸벅거렸고 방학이면 땀을 뻘뻘 흘리며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곤 했었는데 하루중 대부분을 보내는 내 직장이 은행만큼이나 시원하다는 것은 얼마나 복받은 것인지….
내 병원. 개원 2달째
아직 발뻗고 자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시스템이 갖춰져가고, 함께 일하는 스탭들이 익숙해져가고, 내가 생각해 왔던대로 치과가 꼴을 갖춰가면서 마침 30대로 접어들고 있다.
언제였지? 몇년 전 재미로 들른 사주카페에서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나이 30에 아이를 낳으면 아들일거구 사업을 시작하면 대성할거라는….
아들도 낳았으니 치과도.. 룰루랄라.
그래서 덥썩 개원을 한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개원을 하고 참 대학원까지.
“나이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대학시절 그렇게 악쓰며 부르던 노래.
요즘은 인터넷상에서 일기를 쓰고있다.
그냥 컴퓨터에 저장만 해놓는다면 재미없고 불안할텐데 엔체리란 곳에선 자기가 제목을 정해서 매일매일 100일동안 글을 쓰면 책으로 만들어준다. 그것도 공짜로 우하하.
올초 “나의 30대를 시작하며"란 제목으로 한 권 제작했었는데 나의 끄적거림이 멋진 책으로 나오니 거 참, 신기하기도 하고 바쁘게 살아온 날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빠알간 표지에 빳빳한 내지.. 그리고 그 안의 얘기들..
알콩달콩 내 주변의 일들과 주변사람들의 이야기
한장한장 소설책처럼 넘겨 읽는 솔솔한 맛.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행복까지
그래서 이번에는 개원과 육아라는 제목으로 2번째 책을 만들고 있다.
일기의 소재가 이 2가지에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개원과 육아는 지금 내 삶의 큰 부분.
나도 모르는새, 원장이 또 아기엄마가 된 것이다
얼마전 김선일씨의 피살사건에 예전같으면 이데올로기를 운운하며 누가 이래야 했고 누구 잘못이며 누가 책임져야한다면서 울분을 토했을텐데 그날 아침, 나는 김선일씨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만약 내 아들이라면.. 우리 아들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곳에서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있다면….
그 분도 그 어머니에게는 옹알이부터 부대껴온 품안의 아들일텐데란 생각에 그냥 멍 하니 마음이 착잡할뿐이었다.
주중엔 치과에, 주말엔 아기에게 매인몸 덕분에 올가을 크게 맘먹고 있던 터키 여행이 어찌될 지 모르겠다. 남편에게 그렇게 별러놨는데 우리 아들을 두고 떠날 수 있을런지….
이 어찌할 수 없는 아름다운 구속 아들의 옹알이가 시작되고 두리번거리는 해맑은 눈동자를 보면서 하는일 없이도 많이 피곤한 개원초 원장의 일주일을 산뜻하고 의미있게 정리 할 수 있게 된다.
한번 씽긋 웃어주기만 하면 이세상 모든 것이 행복해지는...으흐흐.
남편과 함께였기에 이 두가지가 가능했지만 힘들때마다 징징대며 왜 하나씩 준비하지 못했을까 했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함께 몰아쳐온 일이 아니고 아이는, 개원이라는 큰 짐을 덜어주려는 선물이었구나 싶다.
오늘이 지나고 먼 훗날 되돌이켜 봤을때 격동의 시기(?)일 04년 여름 이렇게 정신없이 서른해의 여름이 가나보다.
양은진
- 2000년 전북치대 졸
- 현)안산 안녕하세요부부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