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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내가 사는 방법/정규호


참고 인내하며 싫은 것도 하고
감정 상하는 것도 차분히 점검해
조화롭게 이루는 종합예술이다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 것이 어언 19년.
대학을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된 것만으로도 기쁨이었는데, 인생의 긴 여정 가운데 삶의 고달픔으로 기쁨을 잊고 지낸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IMF보다 더 어려운 시기라고들 하는데 신문지상에는 의사, 교수, 고위 공무원 등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조차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보도되고 그들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는 이해의 마음은, 한 시대를 함께 하는 자로서 측은하기 그지없고, 또 얼마나 인내하면 경제 사정이 나아질까 함께 한숨을 쉬어본다.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부천에서 개원을 했다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금의 관악구에 들어오게 됐는데, 이곳에 와서 나의 청춘과 삶의 기둥이 관악구 회원님들로 인해 형성됐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여러 선배님들로 인해 삶의 방식들이 더욱 원숙해 질 수 있었음에 지면으로나마 감사를 드린다.
난 체질상 술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관악구의 회식자리가 많이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선배님들은 배려와 폭력(?)을 슬기롭게 조화시킴으로써 모임을 재미있게 만드셨던 것 같다.
신림반 반장을 하는 것


어떤 면에서는 매우 귀찮은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신림반 반장을 하면서 여러 가지 유익함이 많았음을 알았다.
일단 여러 사람을 알게 됐다는 점과 또 일의 순서와 배려해야 할 것들을 배웠고 또 하기 싫은 순간들을 참아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난 원광대학교 2회 졸업생이기에 동창회장직을 일찍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사람이 서로 하기 싫어하는 힘든 자리지만 그 자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4년이나 해야했다. 회장직을 벗어나는데는 수락하는 것보다 몇 곱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기 싫고 빨리 그만두고 싶었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자리기에 그래도 보람 있게 그 직을 수행했던 것 같다.


직업상 매일 매일 우리는 환자를 본다.
자기만의 작은 공간에서 열심히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기계를 수리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서로의 감성과 이성이 교차하면서,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그러면서 아픔도 없어지는 창조적이며 책임감 있는 막중한 의료인으로서의 의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난 기계를 수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어린 시절 많은 가전 제품을 고친다고 하며, 완전히 망가뜨려 놓은 적도 있다.
그런 경제적 상실가운데도 너그럽게 용서받았기에, 자연스럽게 남을 용서할 수 있게 됐고, 또 몇 일씩 고치겠다고 끙끙. 그런 과정은 나에게 인내와 끈기를 갖게 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위의 모든 것의 집합체이다. 참고 인내하며 싫은 것도 해야하며, 감정 상하는 것도 차분히 점검해 조화롭게 이루는 종합 예술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종합예술을 매일 수행한다.
나의 과거의 경험과 아픔과 괴로움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내일도 열심히 환자를 볼 것이다.
지구촌에 소풍 와서 나는 오늘도 보람있고 재미있게 살다가 갈 것이다.

 

정 규 호

·86년 원광치대 졸
·현) 관악구 한교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