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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개원기/유종욱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지만
유니트체어가 놓여진
환한 진료실을 보니 만감이…

 

1999년 4월부터 2002년 4월까지 3년간 경북 경주시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다. 당시 아내는 대구에서 내과 수련의 4년차였고 아이의 양육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은 처가에서 생활하고 난 대구에서 가까운 경주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시작했다. 치과대학 졸업과 동시에 3년간의 빡빡하던 소아치과 수련의 생활이후, 처음으로 쉼표를 찍어 주었던 농촌에서의 삶!
무슨 인연인지는 몰라도 198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처음 갔던 경주를 십수년이 지난 후 이렇게 국가의 부름을 받고 다시 오게 될 줄이야 ….


성격이 다소 급했던 나의 조급함을 누그러뜨려 준 3년간의 공중보건의 생활은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한 축복이요 특권이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밤낚시를 하며 유난히 반짝이던 밤하늘 별을 세며 유유자적하던 멋과 낭만의 생활도 공중보건의 3년차 후반부가 되면서부터 서서히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부담으로 바뀌어 갔다. 전공을 살려 소아진료만 할 것인가, 아니면 일반과로 개원을 준비해야하나, 개원지는 어디가 좋을까? 등등….
이런 저런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때마침 수원에서 개원중인 소아치과 선배로부터 같이 근무하자는 제안을 받게 됐고, 몇 개월의 잠 못 이루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동업을 전제로 일년동안 수원에서 관리의사로 근무하게 됐다.


그러나 동업이 결혼생활보다 훨씬 어렵다는 말처럼, 공동개원에 대해 아무 준비가 없던 내게 동업이란 너무 버거운 짐이란 걸 뒤늦게 깨닫게 돼, 결국 단독 개원을 결심한 것이 2003년 3월이었다. 선배에겐 미안한 마음에 말도 잘 못하고 속으로 꿍꿍대며 고민하던 몇 개월의 시간은 무척이나 괴롭고 힘들었다. 어쨌든 선배에게 양해를 구하고 2003년 3월부터 본격적인 개업준비에 들어갔다.
처음엔 너무 막막해 어디서 개원할지 전혀 엄두가 나지 않아 아무것도 못하고 마음만 졸인 채 시간만 그냥 흘려 보냈다. 그러다가 아는 분의 권유로 2만원짜리 비싼 지도책을 구입해 서울과 경기도를 대상으로 열심히 지도책을 이리 저리 넘겨 보며, 또 여러 개원중인 선배들의 조언을 토대로 약 15곳의 후보지를 골라서 열심히 돌아다녔다.


하지만 소위 목이 좋다는 곳은 역시나 빈자리가 없었고, 그나마 괜찮은 자리는 권리금이 턱없이 비싸 엄두가 나지 않았으며, 좋은 곳을 찾았다 싶으면 빈 건물이 없었다.
누구라도 당장 내게 와서 너는 무조건 이곳에다 병원을 차리라고 콕 찍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부모가 괜찮은 건물 하나를 가지고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이곳저곳 부동산에 연락을 하며 바삐 보내고 있을 때, 때마침 개원후보지중 하나였던 봉천사거리 근처에 임대가 나왔고 다음날 바로 계약을 했다.


그러나 그 힘들다던 개원지 선정으로 인한 기쁨도 잠시... 그 이후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피말리는 개원 준비 작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개업대출을 위한 은행권 선택에서부터, 치과이름 결정(5살짜리 내 딸아이가 추천한 소아치과 이름으로는 토끼치과, 이 안썩는 치과를 추천했다.) 인테리어 업체 선정, 인테리어 설계도면 구상과 수없이 반복된 도면 수정작업, 직원 면접 등(며칠을 롯데리아에서 몇 십분 간격을 두고 열 명이상의 젊은 여자들을 바꿔가며 만났더니 그곳 종업원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본인을 경계하는 듯 했다) 혼자서 고민하고 결정할 일이 너무너무 많았다.


그리고 개원 때 각종 구비서류들은 왜 이리 많은지, 보건소로 세무서로 구청으로 정신없이 들락날락했다. 그 외 각종 비품과 사무용품등의 구입을 위해 혼자서 용산전자상가를 왔다 갔다 한 일 하며, 인테리어 공사 기간 중의 소음과 냄새로 인해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의 거친 항의를 본인이 직접 나서서 무마시킨 일, 이런 저런 허드렛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주말에도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대구에도 자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