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남에게
작은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고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하지만 살다보면 우리는 주변에 보이지 않는 작은 행복들로 가득 차 있음을 잊고 지낸다.
더군다나 변화없이 치과와 집을 오가며 하늘이 저 만큼 높아져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지도 모르며 지내는 우리들에겐 기쁨이란 물질적이요 그저 숫자적인 경우가 더 많다.
오래전 환자를 대하면서 설레이던 그 날카로운 행복도 이제는 무뎌져서 환자에 치이고 각종 보험과 세금과 규제에 얽매여 소중한 시간들이 뭉그러진 채 하루를 보내지만 그래도 어쩌다 현실이 어렵거나 힘든 일이 생길때면 깨닫는 작은 행복은 돌아보면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얼마전 자주 치료를 받으러 다니시던 아주머니 한분이 보내준 커다란 종이상자로 인해 황당하고 즐거웠던 일이 있었다.
치료를 끝마치시고 돌아가서 택배로 보내준 그 큰 상자에는 어린시절 명절에나 받아보던 과자 종합 선물 세트 처럼 - 세제 5kg, 백설탕 3kg, 곰표 밀가루, 물엿 한병, 몽고간장 한병, 국수 한다발, 집에서 짠 참기름, 볶은 참깨 한봉지, 참쌀과 멥쌀을 섞은 것 한봉지, 위생장갑 한다발, 고무장갑 한 개, 신발 탈취제, 식용유 한병이 차곡 차곡 쌓여 있었고 그것을 하나 하나 꺼내면서 우리들은 유년시절의 추억과 아주머니의 소박하고 엉뚱함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설레임으로 들떠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소주 병에 담아진 검은 참기름은 비닐로 둘둘말아 노란 고무줄로 꽁꽁 동여 맸지만 그 구수한 향기를 감출 수 없었고 그냥 참깨도 아니고 달달 볶아 검은 봉투에서 바스락 거리는 참깨는 나를 마냥 행복으로 부시럭대게 했다.
아직도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헷갈리며 남이 그어놓은 잣대로 대보고 살지만 나도 남에게 작은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최 웅
·91년 전북치대 졸
·현)전북 남원시 최웅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