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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아빠를 위한 파티

 

 

최 호 수
·96년 경희치대 졸
·현)일산 최호수 치과의원 원장


밤이라서 위험하니
내일 가라고 했다. 안된단다
지금 사와서 파티를 해주어야…

 

TV를 보고 있자니 큰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동화책 다섯 권을 읽으면 돈 천원을 줄 수 있느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파티를 한단다. 아빠를 위한 파티. 조금 있으려니 작은 아이와 막내까지 와서 자기들도 줄 수 있느냐고 한다. 이유는 큰 아이와 같았다.
난 알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두껍지 않은 책으로만 골라 거실 가득 쌓아놓고는 모두 둘러앉아 읽기 시작했다. 내가 한번씩 읽어줬던 책이라 별 어려움은 없어보였다. 마음이 급한지 빨리빨리 책장을 넘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책을 다 읽었단다. 난 읽은 책 중에서 한 권만 가져오라고 했다. 내용을 알고 있는지 아빠가 알아야 줄 수 있다고 했더니 차례대로 책을 들고 와서 이야기를 해준다.
내용이 간단해서 별로 이야기 할 것도 없다. 그래도 열심히 들어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으니까 저희들도 신이 나는지 더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나는 잘했다고 약속대로 천원씩 주었더니 아이들은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수가 뭐냐고 묻는다. 평소에 잘 먹는 비스킷이나 스낵, 커피를 말해주었다. 깜깜한 밤인데 그것들을 사러 슈퍼에 간단다. 나는 밤이라서 위험하니 내일 가라고 했다. 안된단다. 지금 사와서 파티를 해주어야 한단다.


아빠를 위해 파티를 연다는 아이들 때문에 할 수 없이 갔다 오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까 “휴, 더워”를 연발하며 셋이 나란히 과자 등을 사들고 왔다.
그리고 저희들 방에 들어가서 상을 펴놓고 방을 꾸며야 한다며 색종이로 뭔가를 만드느라 바쁘다.
방문에는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붙여놓기까지 했다.


저희들이 “들어오세요” 할 때까지 방문을 절대 열지 말란다. 방안이 무척 궁금했지만 아이들 말대로 참기로 했다.
나는 파티는 엄마가 들어오면 같이 하자고, 이제 그만 아빠랑 책을 보자고 유혹해 나란히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져온 책을 읽어 주었다. 파티준비를 한다고 많이 피곤했는지 책을 펼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새근 자고 있다.


행동이 늦다고 야단을 맞는 열한 살 큰 아이, 형을 친구처럼 생각해서 혼나는 둘째, 귀염둥이 막내 셋째까지, 오늘은 이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주기만 한다고, 그래서 내 생활도 가지고 싶다고, 정말 힘들고 괴로울 때면 좀 벗어났으면 했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서 아빠를 위하다니 즐겁고 흐뭇하다. 다시금 아이들이 내 생활에 힘이 되어주고 있다
“종덕, 종민, 아영아. 내년에도 이렇게 아빠를 흐뭇하게 해 줄 거지. 너희들을 정말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