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부터 중학교 운동장을
헉헉거리며 몇바퀴씩 돌았다
한달이 지나니 10바퀴를 돌아도

수영장 문을 닫고 난 후, 한 밤중에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혼자서 몇 킬로미터씩 수영을 훈련하는 치과의사 얘기를 들은 것이 전공의 시절인 80년대 중반이었다. 그 선배 치과의사는 혼자서 훈련하여, 난생 처음 들어보는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러 외국으로 간다고 했다. 그거 참, 뭐 좀 특이한 치과의사인데 하루 진료도 피곤한데 한 밤중에 수영이라.
그 분은 치과대학시절 역도부를 했고, 군대에 가서는 무용을 했다고 했다. 얼마 후 잡지에 뮤지컬의 주연 무용수로 나온 모습도 보았다.

1999년 1월 잡지 한 페이지에서 철인3종 경기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해 겨울 내내 기침, 가래, 몸살, 감기로 고생하며, 몸과 마음의 좌절감을 느끼던 나는 “그래 한번 여기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즉시 ‘트라이애슬론 연맹’으로 전화를 했다. 6월 초에 강원도 원주에서 올림픽 코스 (수영 1.5 km, 자전거 40 km, 달리기 10 km) 3종 경기대회가 있다고 했다.
2월 초부터 집에서 팔굽혀 펴기, 발차기, 바벨 운동을 시작했다. 2월 말부터 근처 중학교 운동장을 헉헉거리며 몇 바퀴씩 돌았다. 한달이 지나니 10바퀴를 돌아도 숨이 덜 차게 됐다. 3월부터 수영장에 등록했다.

수영장 한바퀴 50m만을 수영해도 숨이 차서 더 이상 수영이 어려웠다. 한 달 후 200m는 간신히 수영할 수 있었다. 자전거는 집에 있는 자전거로 운동장을 저녁 식사 후에 달렸다. 시합 2주전의 내 실력은 자전거 페달을 50분간 계속 밟으며 운동장을 돌고 나서, 즉시 달리기를 5~7 km 정도 할 수 있었다. 수영은 대회 2주전, 1주전에 각각 한 번씩 1.5 km를 쉬지 않고 헤엄친 것이 내 최고의 능력이었다.

 대회를 5일 앞두고, 평소 훈련하던 9만원짜리 자전거 대신에 27만원짜리 고급(?) 자전거를 구입했다. 대회전날 토요일 오후 연세대 원주 캠퍼스에 도착하여보니, 우선 자전거의 모습이 내 자전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아닌가? 날씬한 모양, 알루미늄, 카본, 티타늄 재질로 가볍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강렬한 원색 자태를 뽐내는 수백만원대의 자전거들이 줄지어 있어, 포르쉐, 페라리 옆에 1500cc 엑셀을 몰고 경주를 하러나온 격이었다.

수영 1.5 km를 해낼 수 있을까? 세 종목을 모두 제한 시간 3시간 반 안에 완주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으로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치고, 머리가 띵한 채로 경기장에 나가니, 반바지 수영복에 흰색 소매없는 티셔츠를 입은 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다른 출전자들은 몸에 착 달라붙어 근육질의 몸매가 드러나는 다양한 칼라의 세련된 경기복을 입고 있어 또 한번 기가 죽었다.

강원도의 6월이라서 물이 매우 차가운데, 맨살에 수영복만 입고 물에 많은 사람들과 뒤섞이니, 발로, 손으로 채이고, 내 몸위로 타고 넘는 사람들도 있어 숨을 쉴 수가 없어 포기 하려고 했으나, 참고, 기를 쓰며 수영을 끝내고, 자전거, 달리기를 제한 시간이내에 간신히 완주 했다. 그러나 그해 7월 속초 앞바다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차가운 바닷물과 파도에 겁먹고 수영 반환점에서 탈락한 채 2박3일의 여정을 우울하게 마쳤다. 8월 15일에 강원도 양양에서 개최된 대회를 초등학교 3학년 딸과,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또다시 출전해 아이들도 나이에 맞춰 짧은 코스에 도전해 완주했고, 수경을 잃어 수경없이 도전한 본인도 수영, 자전거, 달리기 코스를 제한 시간이내에 완주했다. 그해 가을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대회를 3시간 58분에 완주하고, 광주 철인 클럽과 광주트라이애슬론 연맹을 11월에 창립해 초대 회장을 하게 됐다.

공식 철인이 된 것은 2001년 제주도 중문 앞바다에서 수영 3.8km, 제주 일주도로를 따라 자전거 180km 중문과 월드컵 경기장 사이를 두 번 왕복하는 42.195 km에 도전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오전 7시에 수영 출발하여, 십리 수영을 하고 나니 힘이 빠져서 앞이 노란데 다시 자전거를 타고 광주-신탄진 거리에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