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자에 대한 소개와
도움에 대한 필요성을 나누며
행사의 의미를 잊지 않도록…
정확히 1년 만이다.
작년 이맘때 즈음 아주 오랫동안 사계절을 살았어도 그저 계절이 오는구나, 또 가는구나 하며 그저 그렇게 살아버린 내 인생에 바람이 불어왔다. 한없이 무료했을 법한 내 일상에.
내가 누구를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일하고 먹으며 사는지 까마득히 잊을 법한 그 시기에 신이 내려준 듯한 기묘한 선물처럼 특별한 날들이 바람으로 그렇게 찾아왔다.
처음엔 그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동지들과 찐한 단합을 꾀하는 모임이었을 뿐이다. 변변치 못한 사람 주위에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것일까. 아님 우리 모두가 삶을 살아가야할 귀한 의미를 찾고 있었던 것인가? 우리의 찐한 단합만을 위한 모임이 어느덧 생각과 생각이 덧붙여지면서 틀이 잡히고 살을 조금씩 붙여가니 우리가 상상하지 않았던 규모로 변해가고 있었다. 약간은 겁이 나기도 했지만, 도전해 볼만한 가치.
우리의 도움이 꼭 필요한 소아암 환자 돕기, 그리고 내가 뿌리내린 이 지역 부평구 치과인 모두들 모아 함께 아우르는 잔치! 우리 그것에 도전해 보자.
오랜 시간 동안 준비기간을 가지고 나름대로 짜임새 있게 준비하느라 했지만 행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왜 그렇게 빈틈은 많이도 생기는지... 내 능력의 한계는 속수무책 드러나고.
학창시절 날을 새며 정신없이 무언가에 집중하듯이 진료가 끝난 시간 힘든 몸을 끌고 밤이 닳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러는 동안 몸에 상처도 나고 마음에 상처가 나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2003년 9월 20일 소아암 환자 돕기 부평구 치과인의 날이 밝았다.
어제 밤이 늦도록 긴장하며 잠못 들었던 내 마음을 누군가 알아차리진 않을까 한 사람씩 들어오는 귀빈들과 치과인들을 볼 때마다 쿵쾅거리는 내 떨림이 행여 드러나진 않을까. 시간은 1분, 2분 아주 천천히 흘렀고 나는 내내 초조했고 모든 순서는 내 숨통을 조이며 한 가지씩 천천히 치러졌다.
어려운 시간을 내어서 찾아주신 내빈들 소개. 치과계의 웃어른들을 소개하고 그분들의 격려의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는 우리 부평구 치과인들의 연합무대... 늦음 밤 진료를 마치고 함께 웃어가며 땀흘려가며 만들어낸 우리의 진지한 하모니. 평생동안 여러 합창무대를 봐왔지만 우리의 합창처럼 내 시선을 모았던 무대가 또 있을까. 웃음도 있고 사랑도 있고 순수도 있는 우리의 무대. 또한 우리의 환호를 가장 자아냈던 치과인의 장기자랑 무대.
이런 끼 많은 이들이 그동안 어떻게 그 열정을 감추고 진료실에서, 기공실에서, 재료상에서 묵묵히 일했던 것인지... 아차, 원래부터 우리내들이 고단한 삶을 풍류로 풀던 민족이었지. 속으로 씨익 웃고 나는 다시 환호하며 우리의 치과인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그 밖에도 여러 초청 가수들의 미니 콘서트와 축하공연들이 이어졌다. 또한 행사 내내 소아암 환자에 대한 소개와 도움에 대한 필요성을 나누며 행사의 의미를 잊지 않도록 애를 썼다. 언제부터인지 더불어 살지만 혼자 사는 듯한 외로운 공동체를 우린 이루고 있었던 건 아닌지. 누군가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 돕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측은지심이 우리에겐 이렇듯 가득한데... 그렇다면 그동안에는 도울 방법을 모르거나 혹은 돕거나 나눌 때 생기는 번거로움, 혹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오해가 우리를 더불어 사는 삶과 멀어지게 한 건 아닌지... 의료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이들의 시작이, 그리고 타 업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회생활의 출발이 이렇듯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유익이 되고 기쁨이 되는 것으로 보람을 찾는 그런 출발이 아니었을까?
2003년 9월. 지금과 같은 풍성한 계절 가을에 우리는 나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행사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내 물질을 나누고 내 시간을 들이고 내 마음을 드리는 소중하지만 쉽지 않은 첫발을 내딛었었다. 참여한 모두가 목적이 같았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