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시름으로 안고 갈
구순구개열 환자의 한숨을
기쁨과 웃음으로 날려버린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9월 26일부터 10월 4일까지 대한구순구개열학회(회장 남동석)가 LG의 후원을 받아 펼치고 있는 진료 봉사(이집트, 파키스탄, 모로코, 케냐 등 중동 아프리카지역)의 일환인 고려대학교 모로코 수술팀에 참관하게 됐다.
인천을 출발해 근 30시간 만에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진료지에 도착했다.
모로코에서는 작년 카사블랑카에 이어 2차로 중부내륙의 마라케시에서 임재석 교수(고려대), 이종호 교수(서울치대), 장현석 교수(고려대)이하 총 14명으로 팀이 구성되어 예진을 포함하여 5일간에 걸쳐 30여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같은 치과의사이면서도 남편(임재석 교수)의 수술 장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옵저버로서 남편의 수술 방에 들어가 1살 전후의 핏덩어리 같은 환자의 엄청나게 좁은 평수의 갈라졌던 입술이나 입 천정을 말끔하게 수복시키는 것을 보니 절로 경탄, 존경심과 함께 엄청난 집중으로 인해 얼마나 피곤할까에 생각이 미치니 앞으로 남편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쯤 되면 자비 부담한 나의 경비(수술 팀은 후원금)는 남편이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로코는 GDP 약1천200불, 문맹률 약 60%에다 빈부격차가 심해 의료혜택을 못받는 계층이 많다고 한다.
이번에 환자는 주로 1살 전후, 4~5세였는데, 자기의 권리주장이라곤 전혀없는 그저 처분만 바라는 듯한 사슴의 눈망울을 연상시키던 순박하고 슬퍼보이던 애기엄마의 수술 후 환해진 얼굴들과 수염을 길러 가리고 살다가 이번에 수술을 받고는 다음날 드레싱하러 들어간 우리에게 통통 부은 입술로 진정한 감사를 모두에게 드린다며 두 손을 모으는 최고령자 42세 아저씨의 평생 한을 푼 듯한 모습에 내가 수술이나 해 준 듯이 뿌듯하였다.
힘없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우리 수술팀이 자랑스러웠다. 또한 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아 계속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국위선양에도 한 몫 한 듯하여 으쓱해진다.
5일간의 진료를 마친 후 후원사인 LG 초대로 전통식당에서 민속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하였는데 아랍인들의 기개와 문명에 대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모로컨 성찬을 준비해 주셨음에도 향이 짙고 독특해서 송구스럽게도 한두 젓가락밖에는 먹기가 어려웠다. 반면 카사블랑카로 이동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은 즉석 양갈비구이는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Global시대에 걸맞게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을 함께 나누고, 평생 시름으로 안고 갈 구순구개열 환자의 한숨을 기쁨과 웃음으로 날려버린 이번 추석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듯하다.
고성희
- 79년 서울치대 졸
- 서울치대 여자동문회 회장
- 현)고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