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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닭 한마리 인생/송철호

 

잠자리채 같은 걸로 하나 잡아서
드럼통 같은 기계에 넣는다
불쌍한 꼬꼬는 고깃덩어리 모양이…


공보의 1년차 시절부터 이따금씩 해먹던 음식중 하나가 닭이다. 닭 한 마리를 사와서 찜통에 물을 적당량 붓고 푹푹 삶아서 먹는..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닭냄새를 좀 줄이기 위해 마늘 몇개하고 생강을 약간 넣는다. 뱃속에 쌀을 넣은 적도 있지만 귀찮아서 거의 그냥 삶아먹었다.물론 이것도 내가 할줄 알았던게 아니라 같이 있던 분한테 배운 요리(?) 중의 하나이다.
닭이 다 익기 전에 먼저 똥집을 꺼내서 먹고, 좀 더 기다렸다가 닭을 꺼내서 먹고 그리고 남은 물에다가 밥을 말아먹을 수도 있지만,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를 만들어서 넣어 끓여먹기도 하고 아니면 만두를 빚어서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다.


이건 요리법이 워낙 간단해서 공보의 3년간 생각날 때 마다 해 먹은 음식이다.
같이 있던 분이 제대한 뒤에 새로 오신 분은 역시 내가 처음 왔을 때와 마찬 가지로 밥도 제대로 못하는 분이었지만, 내가 그동안 쌓은 무공을 전수받아 몇달 지나서 내가 몸살로 앓아 누웠을때 닭을 사와서 해주곤 했다. 2년차가 되서 보건지소를 옮기고 나서 또 닭을 사려고 정육점에 갔다.

 

나 : 닭 좀 사러 왔는데요!
주인 : 닭이라뇨?
나 : 먹는거요. 닭고기 먹으려고..
주인 : 아니, 닭은  닭집에서 사야지 왜 정육점에서 찾으세요?
나 : (잉?)... 아저씨, 그럼 닭집이요? 근방에 어디 있어요?
주인 : 바로 맞은 편에 있잖아요!
나 : 네~ 감사합니다.

정육점 주인의 말대로 맞은 편에 ○○닭집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 닭집에 갔다.

나 : 닭 좀 사러 왔는데요!


주인 : 아.. 닭요. 따라오세요.
주인은 나와 나의 동행자를 데리고 닭장에 갔다. 정말 말이 닭장이지 너무 좁은데다가 닭을 많이 넣어놔서 닭들이 꼼짝달싹 못하고 서있는게 좀 우습기도 했다.

주인 : 어느 놈으로 잡아드릴까요? 골라보세요.


나 : (헉!)
이런.. 이런데가 닭집이라는걸 생각을 못하고 왔는데.
닭들은 다들 살은 쪘는데 비실비실하니 별로 맛이 없어 보였다. 거기다 또 다 그놈이 그놈 같아서 고를 수도 없고.. 그냥 아무놈이나 하나 달라고 했더니 잠자리채 같은 걸로 하나를 잡아서 드럼통같은 기계에 넣는다.


그리고 5분도 안돼서 그걸 끄집어 내서 씻어서 우리한테 내준다. 정말 순식간에 불쌍한 꼬꼬는 그 사이에 정육점에서 파는 고깃덩어리 모양이 되어 있고. 같이 갔던 사람은 결국 자꾸 닭의 살아있을적 모양이 생각난다며 그 닭을 먹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부터 닭 사러갈때 함께 가지도 않고.
이런 경험 해 보신분들 많으신가요? 아마 서울서만 살면 이런 구경 거의 못하셨을거 같은데. 사실 저는 어렸을적에 집에서 닭을 키웠기 때문에 집에서 닭 잡는걸 몇번 구경한 적이 있답니다.
어머니는 목을 비틀어서 잡은 것 같고, 외할머니가 잡을 때는 빨래 방망이로 온 마당을 쫓아다니며 계속 때리더군요. 하하..

 

송철호

- 80년 서울치대 졸

- 현)충남 홍성 한성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