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깨질지 모르는 약속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행복하다
치과의사인 나를 상대로 약속을…

“오늘 진료비는 의사인 제가 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담배를 피우면 당신의 월급은 제 것입니다. 싸인 하시겠습니까?”
이 대화는 담배를 끊겠다는 환자와의 약속이다. 금연을 결심하고 부인과 함께 새로운 각오로 치석제거를 하러 온 환자와, 그리고 가족의 금연교육과 함께하는 서약의 일종이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약속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행복하다. 몇 년 아니 몇 십년을 피워 온 담배를 그만 둘 수 있다는 것을 축하해 주고 싶다.
더욱이 치과의사인 나를 상대로 약속을 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어쩌면 금연에 실패하는 환자가 늘어나면 나는 부자가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담배는 얼마나 해독을 끼칠까?
담배 즉 흡연이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의 연구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량의 발암물질 함유로 폐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만성 기관지 폐쇄증의 중요 인자로 작용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러한 질병들은 치명적인 폐해를 불러오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보다도 비참한 일생을 맞이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어느 누구도 원치않는 결과를 보게 되어 안타까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닌 것을 보면 인간은 영리하면서도 무지하고 바보스럽기 한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 나쁘다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담배의 소비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제 무엇으로 이것을 막을 수 있을까?
그 소비의 패턴이 아주 악성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소비의 연령이 어려지고 여성중심으로 급속히 확산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심히 염려스럽고 우리 청소년들의 앞날이 어둡기만 한 것 같아 슬픈 심정이다.
국민건강보험으로 지출되는 돈이 약 20조원쯤인데 연간 9조원 정도의 돈이 연기로 사라진다고 하니 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가족 중 한사람이라도 담배를 피운다면 간접흡연에 의한 가족의 건강은 날로 좀먹게 되고, 경제적 낭비, 시간 그리고 주위 환경의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대로 갈 수가 없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금연운동 추진단체의 주장은 흡연율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담뱃값 인상이라고 한다.

“미국 뉴욕시는 2002년 담뱃값을 7.5달러(9천원)로 인상했습니다. 그 결과 10년간 변함없던 흡연율은 11%나 감소했고 담배 소비량도 2.3%나 감소했습니다.
특히 청소년 흡연율은 2001년에 비해 50%나 감소했습니다. 프랑스는 2003년 1월과 10월 각각 11%와 20%의 담뱃값을 인상했고 2004년 1월 또다시 9%를 인상했습니다.

그 결과 흡연율은 14% 감소했으며 특히 여성과 젊은층의 흡연율은 18%나 감소했습니다.
최근 5년간 프랑스의 흡연인구가 200만명이나 감소한 주요 원인은 담뱃값 인상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인 남녀 흡연율은 2001년 기준, 6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1위입니다. 연간 9조원 이상의 돈이 연기로 사라지고 있고 우리 아빠와 우리 자녀의 생명은 담배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과 담배소비량을 줄이고 금연 인구를 증가시켜 우리 가정과 우리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건강정책입니다.
과연 우리 나라의 경우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과 어떤 관계를 이루어 나갈지 대단히 궁금하다.

나성식

- 75년 경희치대 졸

- 현)서울 나전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