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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6)닮아가는 부부

 


내가 집사람을 닮아가는 것처럼
집사람도 나를 닮아가기
시작한 모양이다. 코고는 것까지
피곤한 모양이다. 코를 다 곤다.


생각해보니 집사람의 코고는 소리는 처음인 것 같다. 아니면 내가 너무 무신경 했던지.
벌써 이 사람과 함께한지도 15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만나 내소사 삼나무 숲 길을 함께 걸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사실 집사람과 나의 생활 패턴은 여러모로 달랐다.
집사람은 소위 아침형 인간이다. 난 전형적인 올빼비형에다 가끔은 거기에 대책없이 저녁식사후 소파에 누워 있다가 잠이 들어 다음날 눈부신 햇살에 잠이 깨기도 한다.
난 점잖은 색을 선호하지만 집사람은 원색을 좋아한다. 원색은 내 취향이 아니다.
집사람은 생선이나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난 두툼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더 즐긴다.
물론 외식땐 대부분 고기집이다. 애들도 나처럼 고기가 좋다하니 어쩔 수 없다.
애들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해보니 난 1명 정도의 자녀를 계획했지만 집사람은 4명 이상도 잘 키울 수 있단다.


지금은 3명의 아이들이 있다. 셋째 딸아이가 막내인건 확실하다.
난 추운 건 질색이다. 겨울이면 항상 등이 뜨근 할 정도로 난방을 해야 기분이 좋아지지만, 아직도 답답하다며 터틀넥차림의 스웨터도 못입는 그사람은 어느 틈엔가 난방 전원을 꺼버려 새벽내내 빙판위에서 잠을 잤다는 느낌이 들게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지금이야 각각 온도 조절이 가능한 침대를 사용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상한게 점점 내 침대의 온도 설정이 낮아지고 그게 더 쾌적하고 좋아지기 시작한다는 거다. 그것만이 아니다. 내 옷장에 빨간 티셔츠가 걸리고 코발트 빛 넥타이가 맘에 들기 시작한다. 미역국도 시원하고 얼큰한 조기 매운탕도 먹을만 하다.
큰 아이 등교 카풀도 내가 하기도 한다. 그것도 새벽부터 일어나.
어쩌면 난 점점 집사람를 닮아 가고 있는거다.
내가 집사람을 닮아가는 것 처럼 집 사람도 나를 닮아가기 시작한 모양이다. 코고는 것까지.

 

앞으로도 우린 어디까지 닮을 수 있을까?
금슬 좋은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데 흐믓하다.

“야 혜정아 .일어나 봐. 자네 지금 코 골고 있어"
“…음 왜 그래. 나 절대 코 골지 않는 것 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