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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 말가리기/임철중

꾸준한 학습과
노력을 통하여
몸에 익힉고 다듬어야


미국 위문공연차 몇 차례 내한했던 코미디언 밥 호프가 작년에 100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품위 있는 개그로 평생 인기를 누린 배경에는 스무 명 가량의 개그라이터가 있었다고 한다. 대형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 숫자에 필적한다.
점잖던 호프와는 달리 다음 세대인 CBS의 레터맨이나 NBC의 레노는 정치색이 짙어, 전 현직대통령을 까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클린튼이 심장병으로 고생할 때에 레노는, “그는 ‘남의 가슴만 더듬다가’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더듬었답니다” 말한 다음, 조금 미안했던지 사과 아닌 ‘사의(謝意)’를 덧붙인바 있다.


그래도 이들의 험구(險口)는, 정곡을 찌르는 경고와 함께 날카로운 재치로, 시청자의 스트레스는 물론 언급된 당사자들에 대한 미움까지 눅여주는 역할을 한다.
정가(政街)의 막가는 말투는 갈수록 태산이다. 큰 도둑 ‘차떼기 당’에 미래가 없다면 ‘티코’로 작업하는 좀도둑에게는 미래가 있다는 말인가? 이처럼 “까불지말라” 는 식의 초등학생 수준은 논외로 쳐도, 논리결핍의 황당한 말까지 난무한다.


“별놈의 ‘보수’를 갖다 붙여도 결국 보수는 개혁의 반대 세력일 뿐이다” 라는 말에 대하여 논리의 검산(儉算), 즉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진보니 개혁이니 온갖 수식어를 붙여도 결국 사회주의자는 모두 ‘빨갱이’다.”이 말은 과연 옳은가? 두 이야기 모두 극단에 치우쳐 불합격이다. 정도의 차이와 다양성을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무지 또는 편향’이다.
R 모 의원이, “낸시 레이건 여사가 남편의 치매를 밝힌 것은 훌륭한 결단이요, 우리 남편은 맛이 갔으니 정치적 자문을 하지 말라는 것” 이었고, “60·70 대에는 뇌세포가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되니 다운되면 알아서 내려가야 한다” 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 때 “그분들은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이제 집에서 쉬셔도 되고” 하던 C 모 의원과 과연 코드가 맞는다. R 의원은 레이건이 70세에 제 40대 대통령에 취임하여 역사상 다섯 안에 드는 8년간의 훌륭한 업적은 남긴 것을 모를까?
단 두 문장 안에 모순이 존재함은 그냥 넘어가도 “정치적 자문을 하지 말라” 운운은 기가 막힌다. 여사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남편이 인격을 잃게 되었음을 용감하게 밝혀, 국민에게 맑은 정신으로 마지막 ‘굿바이’를 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전 국민의 슬픔 속에 치매연구에 관심이 쏠리고 연구비가 쇄도하였다. R의원의 해석은, 심청이가 임당수에 뛰어드는 슬픈 장면을 읽다가 “치마를 뒤집어썼으면 팬티가 보일 것 아니에요?” 하며 깔깔 웃었다는 어느 초등학생을 연상하게 한다.
“오백년 도읍을 필마로 들어서니....” 이 시조는 고려의 터전이던 개성을 읊었고, 신라 경주는 천년 도읍이었으며, 백제가 공주로 부여로 수도를 옮긴 것은 외세에 밀린 결과였다. 궁예는 철원에 궁궐을 지을 때에 천년을 바라보고 쇠기둥(鐵柱)를 썼다 하고, 이성계가 천년 길지를 찾아 전국을 헤맨 일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수도이전을 ‘지배계층의 교체’와 연관시킨 발언도 있었다. 한마디로, 교육이 백년대계이듯, 수도이전은 매우 신중해야 할 최소 몇 백 년 단위의 대계(大計)이다.
영어에 “Easy come, easy go”라는 속담이 있다. 훔치거나 도박으로 딴 돈, 즉 땀 흘리지 않고 얻은 재산의 허망함을 경계하고 있다. 국회에서 다수결로 뚝딱 결정한 ‘일반의안’은 나중에 상황변화에 따라 취소하기도 여반장(如反掌)이다.


헌재의 판결은 바로 이점을 들어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하고 있다. 여야 모두에게 옐로카드를 준 것이지, 판결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수도이전 자체’에 대한 반대나 정치적인 문구를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열린 우리당의 K의원이 “헌재가 삼권분립과 헌법을 훼손하고 있다” 고 한 말을 이해하기는 더욱 어렵다. 판결 직후 한나라당 박 대표가 ‘대국민 사과’로 말문을 연 것과 좋은 대조가 된다.
백보를 양보해도 헌법재판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