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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어머니가 몰라보실까 봐(박금출)

어머니가 몰라보실까 봐


어머니 영혼이 찾아왔다가
혹시 나를 못 알아 볼까봐
그때까지는 이를 해 넣을 수…


2003년 겨울에 나는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를 한편 듣게 되었다. 그날은 남편을 잃고 두 딸과 살아가기 위해 재래시장에서 조그만 파전 집을 열려고 하는 치과 환자의 가게에 가보려고 같이 택시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차안에서 90세가 넘은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효심이 깊은 아주머니의 틀니 잃어버린 사연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은 고혈압 당뇨 암이 많아지고 있어 문제이지만 특히 환자를 돌보느라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은 치매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더 큰 걱정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때 대화를 듣고 있던 택시 기사님이 묻는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치과 원장님이세요?”
“예, 그렇습니다.”
“요즘 이를 해 넣으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요? 제가 앞니가 빠져서요.”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기사님의 크게 벌린 입안을 바라보니 앞니가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어쩌다 치료를 안받으셨나요? 택시 손님들이 이상하게 보겠습니다.”
“저도 서비스업인데 손님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요. 명함 있으면 한 장 주세요?”


“명함을 안가지고 나왔네요. 죄송합니다.”
나는 내 명함을 치료 목적으로는 주지 않아왔다. 특별한 경우에만 드려왔다. 치료 받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오는 환자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저도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몇 년 동안 모시고 있었지요. 막내인 제가 모시게 됐습니다”
“정말 많이 힘 드셨겠네요.”
“저야 일하러 나오면 그만이지만, 어려운 형편에도 꾹 참고 해준 집사람이 정말 힘들었지요.”
“치매는 누군가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말도 마세요. 지금은 형제간에 남보다 못하게 됐지요. 고생한 집사람에게 미안해서라도 형님과 형수들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미움이 커다란 스트레스가 되어 그 독소가 오히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용서해 드리세요. 용서는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그분들도 정말 미안해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야겠다는 것은 알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르겠지만 나는 괜찮아도 고생한 집사람 때문에라도 아직은 용서가 잘 안 된다고 하는 목소리에 서글픈 힘이 들어 있었다.
앞으로 이런 문제는 어느 집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 주변의 많은 가정들이 이 문제로 형제자매가 분열되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듣는다. 지금까지의 우리네 정서로는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나라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전문병원을 설립해서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야 된다고 본다. 나 자신도 혹시라도 나 때문에 훗날 자녀들이 서로 좋은 사이에 금이 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바쁘시더라도 일찍 가셔서 치료받으세요. 오래 방치하면 더 많은 치아를 뽑게 되고, 고생과 비용도 많아집니다.”
“사실은 어머님 때문입니다. 치매 걸리신 후 눈이 어둡고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셨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내 얼굴을 더듬더듬하다 앞니가 빠진 곳을 이곳저곳 만지면서 ‘어이구, 내 새끼’하면서 잠시나마 정신이 돌아와서 나를 알아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를 해 넣으면 못 알아 보실까봐, 이렇게 살았습니다.”


가슴이 격동하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셨군요.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지금도 어머니를 모시고 계십니까?”
“아니요, 올봄에 돌아가셨어요.”
“그러면 지금은 왜......?”
“내년 유월에 해 넣으려고 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여러 달이 흘렀건만 또 다른 사정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그 이유를 묻게 되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말문을 연다.


“내년 유월이 어머니 돌아가신지 일년이 되는 날입니다. 어머니 영혼이 찾아왔다가 혹시 나를 못 알아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