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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9)선생님, 엄마 말도 잘 들을게요/박금출

 

티 없이 맑은 아이의
싱그러운 말을 듣는 내 가슴엔
어느새 푸른 산소비가…


박 금 출

·82년 경희치대 졸
·현)박금출치과의원 원장

 

정말 어려 보이는 자매가 치료대에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올라간다.
“아이들 몇 살이에요?"
“나우가 6살이고 나연이가 4살이에요."


직장 근처 치과에 갔다가 아이가 입도 안 벌리고 울어서 치료를 못하고 왔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겁 많은 아이들 이모도 치료했다고 하시며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한다.
“아, 어머니도 안녕하시고요? 참, 눈이 큰 백혜진씨는 시집갔나요, 요즘 안보이던데요?"
“예, 이모 곧 결혼 할 거예요."
불안에 떨고있는 아이들 표정을 보니 치료가 될 것 같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어서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픈 생각 밖에 없으리라. 오랜 경험에 의하면 이런 날은 얼굴만 익히고 가장 간단하고 쉬운 치료를 하고 보내는 것이 좋다. 다행히도 언니는 무사히 가벼운 치료를 했다. 문제는 더 어린 네 살짜리 동생 나연이다.


“예쁜 어린이 이름이 뭐예요?"
긴장해서 눈을 꼭 감은 채 대답을 안 한다. 엄마가 이름을 대신 말해준다.
"나연이 몇 살 이예요?"
손가락 네 개를 보여준다.
“치료하다 힘들면 왼손 들어요."


“??? "
왼손을 모르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젖는다. 간호사가 왼손을 가르쳐 준다. 오늘은 입을 여간해서 벌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아이들이 샘이 많나요?"
“예, 여자 애들이라 예쁜 것에 샘이 무척 많아요."


몇 번 더 시도 해보고 안되겠으면 대학병원 소아치과로 의뢰서를 써드리겠다고 미리 말씀 드렸다.
“나우 언니는 치료 잘해서 얼굴이 이뻐질 텐데, 나연이는 못 참아서 얼굴이 미워져도 몰라요."
언니 나우에게 안 들리게 귓가에다 작은 소리로 아이를 안심시켜 주었다.
“이건 비밀인데 언니도 예쁘지만 나연이가 더 예쁘게 생겼어요. 오늘은 안 아프게 검사만 하자. 치료하기 싫으면 그냥 집에 가도 좋아요."


선생님도 어려서 치과 가서 치료를 못해서 앞니가 뻐드러져서 얼굴이 못생겼다고 겁주는 말도 해주었다. 그 날은 다행히도 간단한 소독이라도 무사히 마치고 내려 올 수 있었다.
세상에는 서둘러서 좋은 일도 있지만 다음 날로 미루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칭찬은 바로 해 줄수록 좋고, 비난은 가능한 미룰 수록 좋다고 하듯이.
제일 나이 어린 손님들이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나우, 나연이가 왔구나."
언니 나우는 어느새 의젓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되었다.
“우리 애들은 왜 이가 안 좋을까요?"
나우 나연이 엄마는 속상해 하신다.
“선생님이 전번에 말씀해 주신 데로, 인스턴트 식품과 산성 음료도 줄였고, 양치를 잘하는데도 이가 약할까요?"


“치아나 뼈는 대다수 사람이 유전적으로 물러 받는 겁니다."
그렇다고 부모님과 조상님을 탓하면 안 된다고 말해준다. 약하더라도 태어난 것이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는 나으리라. 세상에 태어난 존재의 이유가 약함의 이유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치아가 약한 사람은 같은 성분으로 되어있는 뼈도 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훗날 올 가능성이 높은 골다공증도 예방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설날 연휴 전날에, 마지막 손님으로 치료받으러 왔다.
“선생님 아이들 꿈이 치과 원장이 되고 싶데요."
“그러면 나우, 나연이 치과가 되겠는데, 그러면 장래 우리 후배들이네"
“나연이는 양치 잘하라고 하면, 가끔 귀찮을 때면 치과의사 안 한다고 해요."
양치를 열심히 안 하면 앞니가 새까만 마귀할멈처럼 얼굴이 미워진다고 말해주었다.
“나우 나연이 세배 할 줄 아니?"


“녜"
"치료 끝나고 세배하고 갈래?"
“녜, 선생님."
치료가 끝난 후 대기실 소파에 않아 특별한 세배를 받게 됐다.


자매가 순서대로 귀엽게 세배를 한다.
“건강하고 공부 잘하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