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051)음악에는 국경이 있다?/정우준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우리음악을
꼭 들어보길 권한다


필자는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있는데 그 중 음악을 매우 사랑한다.
시작은 클래식이었는데 처음 들었던 곡이 지금도 좋아하는 베토벤의 황제였다. 누나가 클래식을 좋아해 어릴 때부터 집안에 흐르는 곡들을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귀에 익혔으며 하나씩 공부하고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 레드제플린과 딥퍼플을 좋아하게 되고 클래식에서 헤비메탈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사랑하게 됐다. 국악은 제외하고.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은 가무를 즐기고 음악성이 뛰어난 민족으로 꼽혔는데 왜 현재에 이르러서는 우리 음악은 자취를 감추고 서양 음악만이 ‘음악’이란 단어를 독점하고 있을까? 오래된 낡은 것이라서? 아니면 음악성 자체가 저급해서?


고등학교 때 방송반 활동을 하며 국악을 접하게 됐는데 그 첫 느낌은 지루함이었다. 재미도 없었다. 박물관에 온 듯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한 그런 느낌과 함께….
하지만 필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러 곡들을 억지로 들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한 달쯤 지난 다음엔 그 지루하고 박물관의 존재 같던 국악이 문득 음악으로 들려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아주 멋진 음률과 함께….
그 뒤론 음악에 있어서 가장 앞에 꼽을 수 있는 것이 국악으로 된 것이다. 클래식 만큼이나. 그 후 어울림이란 국악 단체에 가입하고 현재까지 거문고 주자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부산문화회관에서 매년 정기 연주회를 가지고 있다. 국악 내에서도 장르가 많은데 필자가 속해 있는 어울림은 정악 연주 단체이다.

 

왜 국악은 처음 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주는 걸까?
그 이유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국경의 차이이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은 잘못됐다. ‘좋은 음악을 사랑하는 데는 국경이 없다’로 바꾸면 몰라도.
음악은 각 지역의 문화, 기후, 토양, 인종적, 언어적 특성 등 복합적인 것이 녹아있어 저마다의 차이가 분명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우리 음악은 서양 음악과는 음계부터 이질적으로 다른데, 어릴 때부터 주위에서 자연스레 접하는 음악은 거의 모두가 서양 음계로 이뤄진 곡이다. 동요부터 시작해서….


귀가 서양 음계에 익어 있다가 국악을 듣게 되면 이질적 느낌이 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서양 음악에선 필수 요소인 화음이 없다는 것은 우리 음악의 많은 특징 중 하나이다. 물론 서양 음악 중에도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단선율로 장엄하고 그윽한 아름다움을 주는 곡도 있긴 하지만 우리 음악은 원래가 단선율 만으로 아름다운 음률들을 뿜어낸다.
지금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며 배우고 익히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해 유럽 지방 음악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여러 요인에 의해 유럽 지방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일 뿐이지 각 대륙마다, 각 지역마다의 독특한 음악은 존재하는 것이다.

 

일제의 민족 문화 말살 정책은 음악 분야에도 예외가 없었다. 농악이나 민요 등 민간인에게 생활화돼 있던 음악까지는 완전 말살할 수 없었지만 궁중 등에서 연주되던 정악 분야는 확실하게 성공한 것이다.
그 많던 음악 단체를 해체하고 왕실 소속 연주단도 그 편성을 최소화시켜 줄여버렸다. 또한 연주 자체도 억압했고 거의 유일하게 자유롭게 허용한 곳이 기생들이 있는 권번이었는데 그 곳에서나마 정악이 조금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일제의 철저히 계산된 민족 정신 말살 정책의 일환이었으니….
국악 전공 여학생이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들고 가는 걸 보면 ‘기생이 하는 저런 걸 왜 하지? 기생이 되려나?’ 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있는 현실이다. 국악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마저도 기악을 전공하든 성악을 전공하든 작곡을 전공하든 ‘국악인’이란 한 단어뿐이다. 정신 문화의 회복에는 아마도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조상이 남기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