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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4)관혼상제 /이충규

억지로 드리려고 해도
극구 사양하시니
더 이상 강권도 실례되는 듯


일본에서는 관혼 상제때 적당한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유럽이나 미국 쪽은 어쩐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선 혼주나 상주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려고 어려울 때 서로들 십시일반으로 서로 적당한 돈을 추렴해서 부조금을 전달해주는 아름다운 풍습이 요즘엔 치부나 뇌물 등의 안 좋은 모습으로 변한듯해 심히 안타깝다.
공무원들이 관련된 업자들이나 부하직원들에게 거의 세금고지서처럼 청첩장을 돌리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고 유력인사의 부친상이나 모친상 자제 등의 결혼식 등에는 눈도장을 찍으려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얼마 전에 나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았는데 이모저모 알아보니 2년 전에 치과에서 단순한 치료를 받은 환자임을 알았을 때 씁씁한 마음 금할 수가 없었다. 정말 나의 참석이 필요했는지 아니면 그냥 우표 값 투자해서 몇 만원 건지는 게 나을 듯 해 그냥 보내봤는지….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정말로 슬퍼해주고 위로해줄 여러 관혼상제가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가기가 망설여진다는 건 무척 슬픈 현실이다. 맘 편하게 불러서 새로 태어난 부부의 앞날을 축하해주고 가슴 아픈 상을 당했을 때 정성어린 맘으로 찾아가 위로해줄 그런 좋은 방법은 없을까?

토요일 오후
새 부부의 탄생을 축하하러 예식장에 갔었는데 신랑 측은 축의금을 받는데 신부 측은 너무나 조용하고 접수하는 사람조차 없어 의아히 생각해 신부 아버님께 여쭈니 아직 시간이 일러서 그러 시다며 식권을 주실길레 받아서 아내랑 둘이 맛있게 밥 먹고 다시 접수처에 가보니 아직도 아무도 없네….


이상히 생각해 신부 동생 붙잡고 물어보니 축의금 사양하기로 했다고….
정치인도 아니고 부유한 분도 아니신데 경찰 공무원 정년 퇴직하신지가 좀 지났으니 여유도 없으실 게고 호텔 뷔페 불렀으니 비용도 상당할 터인데 혼례비용은 또 어쩌시려고 저렇게 무모한(?)짓을 하시는지….
감동인지 혼란인지 좀 막막한 생각이 든다. 억지로 드리려고 해도 극구 사양하시니 더 이상의 강권도 실례되는 듯 해 뜻을 헤아리기로 하고 예식 진행 도중에 열심한 맘으로 새 부부의 행복과 건강을 빌었다.


자꾸 착하고 맘 좋은 신부 아버님 얼굴이 떠올라 예식도중 애써 눈물 참으시는 그 모습이 떠올라 신혼여행 떠나보내시고 우셨을 그 마음이 생각나 나도 같이 가슴이 뭉클 해진다.
기쁜 맘으로 축복을 드립니다.
나중에 사위랑 맛있게 술 한 잔 드세요….
그나저나 축의금 못 드렸으니 선물은 뭘로 한담
짐이여 짐….

 


이 충 규

·88년 조선치대 졸
·현) 서울 관악구 성심치과의원 원장
·관악구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