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059)긍정적 중독/주형진

 

최근 2년은 연인, 부부로 지냈던
과거 16년의 세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나와 아내는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만나 일찍이 과커플이 되었고 현재까지 9년째 함께 부부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개원한 바로 그 해 겨울 IMF를 맞았고 여러 역경을 거쳐 같은 건물에서 확장이전을 했으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대부분의 부부치과가 그럴 수 있듯 처음엔 진료, 경영 등의 스타일이 맞지 않아 다툼이 간혹 있었다. 우리는 특히 관심분야가 달랐다. 하지만 그걸 알지 못하고 자신의 관심사항을 서로에게 강요하며 자신만이 옳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 와중에도 다행히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고 병원도 확장했을 무렵 우리는 인근치과의 선배의 권유로 난생 처음 MBTI 라는 심리검사를 받게 되었다. 이 검사는 개인의 선호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나누어 결과가 나오는데 쪽집게 점쟁이 같은 인상을 주어 내심 놀랬다.


검사결과는 우리 부부에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아내를 만난 지 16년째였고 예과 1학년 때부터 과커플이어서 나름대로 다른 부부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평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아내의 사고, 행동방식이 검사결과를 보고 나서야 납득이 되었고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받았던 충격만큼 영향이 컸던 것일까. 그 이후 우리는 각종 검사와 교육에도 취미를 붙이게 되어 바야흐로 우리에게 테스트시대가 도래하였다.


우연한 기회에 인근치과의 선생님들과 함께 컬러리스트를 초빙하여 자신에게 편안하고,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결과로, 나는 겨울유형, 아내는 봄유형으로 각자에 어울리는 색깔로 코디하는 방법을 배웠고 아내는 풀하우스(드라마)에 나오는 송혜교스타일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처음엔 코믹했지만 결국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에 맞는 색은 편안함을 줄 뿐 아니라 옷을 사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가져다 주었다.
한 번 일을 저지르니 두 번째는 쉬워졌다. 우리는 탄력을 받아 이번엔 인근 대학의 가족학과에 가서 부부관계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 결과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부부만족도 점수가 낮았는데 아내의 체크사항 때문에 평균점수가 낮아진 듯했다. 부부관계에 대한 나의 만족도와 차이가 있음에 새삼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검사자께서는 서로가 지켜야 할 점, 고쳐야 할 점등에 조금만 배려하려는 노력을 하면 행복한 부부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스트롱 직업적성검사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직업을 바꿀 건 아니겠지만 이 시점에서 내가 어떤 일에 흥미 있는지 알고 싶었다. 결과로 나는 치과의사가 잘 맞았고 아내는 잘 맞지 않다고 나왔다. 평소 아내는 일정 시간, 일정 공간에서 반복되는 치과진료를 참기 힘들어했는데 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보니 내가 아내의 진료시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검사에 이어 APT라는 부모교육도 받았다. 부모교육 첫 날, 우리 부부는 역시 심한 자극을 받았다. 맞벌이 부부였기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적었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돌보지도 못했는데 어린 시절에 부모와 자식관계를 잘 정립하지 않으면 사춘기 이후로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독재적, 허용적도 아닌 민주적인 부모가 되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그 후 에니어그램(Eneagram)이란 검사도 받게 되었는데 MBTI가 서구적이라 한다면 이것은 동양적인 기반을 갖고 있었다. 물론 MBTI에서 다 설명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보충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우리 부부에게서 최근 2년은 연인으로, 부부로 지냈던 과거 16년의 세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은 서로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지냈다는 결론이다. 아니, 더 이상 알 필요가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항상 자기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머리로 가슴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