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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눈물, 그것은 사랑의 묘약입니다(김일평)

힘들때 강한척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 가더라도
마음 놓고 울어 볼 것을 권유…

 

 

쉽게 말하는 불혹의 나이입니다. 잘 살아왔는가에 대한 생각이 가끔씩 잠자던 나의 영혼을 깨우고 타성에 젖어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곤 합니다.
얼마 전 저는 강남의 한 교회에서 있었던 기도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목사님이 인도하셨는데 그날 제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내용은 눈물을 달라고 기도하라는 거였습니다. 매일 기도하면서 자신에게 눈물을 달라고 매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닌 눈물이라니요?
처음엔 좀 의아했지만 그날 기도회가 끝날 즈음 저는 그 의미를 알게 되었고, 저의 눈에도 끊임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십수년 전 처음 병원을 개원했을때를 생각합니다. 빚을 진채 병원을 시작해서 매월 이자와 원금이 버거웠던 시절. 집은 전세를 살았는데 한참 집값이 폭등하던 때라 전세금을 못 올려주어서 이사를 해야 했던 힘든 경험들, 1년 만에 다시 병원을 옮기면서 다시 늘어난 빚들, 빠른 경제적 안정을 원하며 힘든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환자를 보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그때는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환자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빚만 갚으면, 집만 사면, 통장에 조금의 여유돈만 생기면 행복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곤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빚도 갚았고 집도 있고, 통장에 돈도 있습니다. 이제 과연 행복해졌을까요?


누군가가 부동산을 해서 큰 재미를 보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신문의 광고를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가 또 주식에서 큰 돈을 벌었다면 그때 나도 하는건데 하는 후회를 하곤 합니다. 의료 선교를 가자는 목사님의 권유에 내가 빠짐으로서 입게 될 경제적인 손실을 먼저 계산하곤 합니다. 장애인 시설의 새로운 건축에도 창피하지 않을 만큼의 비용만 기부합니다. 이젠 충분히 먹고 살 만큼의 여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욕심은 더욱 커진 듯 싶습니다.


큰집을 사면 더 큰집이 있고 좋은 차를 사면 더 좋은 차가 있습니다. 늘 뭔가 모를 상실감에 시달려오던 제게 목사님의 눈물을 달라는 기도는 새로운 충격이였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며 우시던 예수님의 눈물, 폐허의 조국을 바라보며 기도하며 흘리던 느헤미야의 눈물, 눈물은 우리들의 끝없는 욕심과 자신만을 사랑하는 이기주의를 해결하는 가장 신비한 묘약이었던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슬픈 영화를 볼 때도 어떻게 해서든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곤 합니다. 그것이 이 험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가는 방법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침 기도 시간에 언제나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합니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는 눈물을 달라고 기도를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우리집 사람은 나에게 그럽니다. 당신도 이젠 늙은 모양이라고요.
눈물, 그 사랑의 묘약에 대한 추천을 드립니다. 힘들 때 강한 척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 가서라도 마음 놓고 울어 볼 것을 권유합니다.


또 다른 세상이,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상대방의 아픔을 마음으로 아파하는 일, 그것이 이 척박한 땅에서 우리가 건져내야 할 아름다운 화두 하나가 되어지리라 믿습니다. 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 모두가 되어지길 바랍니다.

 

김 일 평
·84년 연세치대 졸
·현)서울대 명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