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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나누는 삶/이원호

 

치과를 접고 5년쯤
봉사와 선교활동을 하겠다는
신선한 충격을 나에게…

 


얼마 전 학창시절 나의 단짝 친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늘 전화로 안부를 묻고 지내던 터였기에 반가운 마음에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섰다.


그는 복잡한 서울이 싫다 하면서 서울 외곽에 살며 그곳에 개원을 하였고 치과도 그럭저럭 잘 되고 있었으며 진료가 끝나면 취미로 산악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즐기고 있었기에 야간진료와 대학원 수업, 각종 세미나 등에 정신없는 나로서는 때론 부러워하곤 했다.
식사 중에 그에게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는 당분간 치과를 처분하고 키르키즈스탄이라는 먼 이국땅에 선교사로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 년에 몇 번씩 키르키즈스탄에 강의와 진료차 다니고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치과를 접고 한 5년쯤 가서 본격적인 봉사와 선교활동을 하겠다는 것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도 또한 학창 시절부터 그러한 꿈이 있어 태국이나 파키스탄, 남태평양 등에 진료봉사 및 선교활동에 참여해 왔지만 지금 아이가 셋 있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바쁜 나에게는 가족과 여러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굉장히 어려운 결심으로 느껴지며 존경심이 우러난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어려웠던 시절 한국 땅에 찾아와, 22년간이나 머물며 인술을 펼쳤던 구바울(미국명 Dr. Paul S. Crane) 전 전주 예수병원장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블랙마운틴시 자택에서 영면했다는 기사를 본 것이 생각났다.


1919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출생한 그는 존스홉킨스 의대를 졸업하고 유니언 메모리얼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뒤 47년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일제시절 신사참배를 거부했다가 문을 닫았던 전주의 예수병원을 다시 열어 일본 의사들이 떠난 의료 공백기에 고통 받는 환자들을 자신의 몸처럼 보살피며 건강과 새 생명을 주었다.


그는 매월 순천 애양원을 찾아 나병환자도 돌봤다. 48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수련의’ 제도를 도입했고, 50년에는 간호학교를 세워 근대 간호교육과정을 운영했다. 6·25 때는 전장을 돌며 숱한 총상 환자를 살리면서, 군의관들을 지도했다.


호남의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현대식으로 지은 예수병원 건물은 구 원장이 65년 6주간 미국 남부를 순방하며, 남장로교 신자들로부터 40만달러의 헌금을 모아 착수한 끝에 세운 것이다. 그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한국말도 능숙하게 구사해 61년 5월 박정희·케네디 회담 등 4차례의 한·미정상회담 통역을 맡기도 했고 1969년에 미국에 다시 돌아갔다.


또한 치과의사 중에서도 미국에서 치과 보존학을 전공하신 뉴스마 선생님께서도 광주기독병원에 머물면서 수년간 수련의 지도와 봉사를 하시다가 미국에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  


키르키즈스탄에는 이미 한국의 한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현대식 치과 의원을 설립하여 현지인 수련의들을 선발하여 교육하며 그들에게 앞선 한국의 치과지식과 기독교 봉사정신을 가르치고 계시다. 내 친구도 이일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다가 이제 결심하여 전적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 친구를 통하여 나 또한 잃어 버렸던 꿈을 다시 찾아, 보람 있는 일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구 바울 예수 병원장이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사랑과 인술처럼 그가 키르키즈스탄에서 선교활동과 더불어 한국에서 습득한 좋은 진료와 교육을 나누워 주며 특별히 치과의사의 봉사정신을 실천하는 선구자가 되기를 희망하며 그의 훌륭한 결심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이원호

- 95년 서울치대 졸

- 현)영등포구 연세덕원치과 공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