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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8)To be or To do /손창인


치료실은 할머니의
사랑의 커피 향으로
가득 피어오르고 있었다


항상 그랬듯이 치아의 달인 6월은 무료틀니환자를 치료하는 달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나도 봉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국민에게 치과의사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기 위해 시작한 일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틀니봉사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향기나 사랑을 느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냥 매년 해야 되는 사업으로 즐거운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문을 들어서는 80전후의 두 할머니가 있었다. 여느 환자와 달리 무척이나 망설이며, 어렵게 그 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얼핏 스친 나의 시선에 눈을 피하며 어렵게 행동하는 그 생뚱맞은 모습에 나는 그들이 무료 환자임을 쉽게 간파 할 수 있었다.
간호사가 들고 온 서류에는 두 할머니가 같이 주소에 등재되어 있었다. 치료대에 앉은 할머니에게 “두 분이 같이 사세요?” 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독거노인에게 나오는 정부지원 생활비가 월 30만원도 되지 않아 둘이서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는 것이라 했다.


한 분을 치료하고 다음 할머니가 치료 대에 오를 때 나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앉은 키가 선 키와 거의 비슷한 장애인 할머니였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키에 힘겹게 치료대에 오르는 그 할머니의 얼굴은 너무나도 밝고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선생님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속에는 지극한 고마움이 배어 있었다. 지금까지 치아 하나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측은함이 머리를 감쌌다.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의 본질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미안이란 마음은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 가장 어려운 것이 자존을 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치료가 며칠을 계속되면서 할머니들과 나는 처음과는 달리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서로가 자신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외로운 사람에게 말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외로움에서 탈출하는 것이기에 노인들은 얘기하길 좋아하는 것이다.
곱사등이 할머니는 자식이 성공해서 미국에 산다고 했다. 자주 찾아와 선물도 주고 간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자식에 대한 사랑과 배려는 여느 할머니보다 더 한 것 같았다.


매일 병원에 들어서면 그 할머니 손에는 조그만 요구르트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할머니의 최대의 감사의 표시였다. 나는 그 작은 사랑을 마실 때마다 수백만원짜리 환자를 치료할 때도 느끼지 못한 마음이 따뜻해지며 기분이 한결 가벼운 사랑의 맛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은 그 행동과 사고를 결정하는 ‘본질’이다. 마음이 악하면 그 행동이 악하게 마련이다. 미움, 질투, 욕심, 교만은 죽은 마음이며 결국 사람의 행동인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후회, 겸손, 양보, 감사는 살아있는 마음이며 그 현상도 살아 움직이게 된다.
할머니의 미안함과 감사의 요구르트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인간의 본질을 일깨워 주기 때문에 마음이 사랑으로 차는 것이며 이것이 기쁨이며 인간의 향기이다.


치료가 끝나가는 어느 날 할머니는 “선생님 뭐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치료해준 틀니 잘 쓰고 잘 잡수시는 것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그게 아닌데...” 머리를 갸우뚱하며 병원 문을 나가는 할머니의 생기 있는 모습은 이제 씹을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병원에 올 때마다 할머니 “옷이 예쁜데요”라고 말이라도 던지면 “여러 사람 계신데 아무렇게나 입고 올 수 없잖아요”라고 안개꽃 하얀 원피스를 여민다. 그러나 할머니는 매일 이옷을 입고 오셨다.
보건소 복지사가 들려준 얘기로는 이 두 할머니들은 파지를 팔아 더 불우한 할머니들을 병수발하며 사신다고 했다. 그 할머니의 항상 기뻐하는 모습은 이런 감사함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바로 욕심과 소유를 버림으로서 얻어지는 기쁨 이였던 것이다. 그것이 복지 사를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