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란 것을
인식하고 이해하기까지
참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본지의 원고청탁을 받아 놓고 일주일 이상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마감 당일 컴퓨터 앞에 앉고야 말았다. ‘임박착수형’이란 딱지를 붙인 지도 2년은 넘어간 듯하다. 그 이전에도 마감기한보다 앞서 미리 일을 마무리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객관적 잣대를 통하여 나에게 선고처럼 그 이름이 주어졌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왠지 그 동안은 그렇게 일 처리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의식했다면, 그런것으로부터 해방된 듯 한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떨땐 기적처럼 미리 준비하는 일도 간혹 생겼다. 물론 그렇게 할땐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것, 조금 고달프다는 정도일 뿐이었다.
그 산뜻한 깨달음을 체험한 때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주위 치과 선생님들과 직원들을 모아 강사를 초빙하여 ‘MBTI 성격유형검사’를 받았던 것이다. 인간의 성격은 다양하며, 그것엔 일정한 질서와 규칙이 있다는 Jung의 ‘심리유형론’을 바탕으로, Myers & Briggs 모녀가 수십 년에 걸쳐 실험과 통계를 거쳐 뽑아낸 94개의 귀한 문항으로 테스트를 한다.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이란 4가지 지표로 우선 성향이 파악된다. 조합을 하면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외향성의 감각형에 사고형이면서 판단형인 하나의 유형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위의 임박착수형에 대한 이야기는 네 번째 지표에서 인식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이다.
기질에 따라 16가지 유형을 4가지 계열로 나누기도 한다. 같은 계열끼리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글의 소재로 적합한가 잠시 생각했다. 가벼운 일상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이란 것이 요즘 MBTI를 떠나서 소재를 찾는다는 게 무리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두 군데의 치과에 테스트 의뢰를 받아 다녀왔다.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강사과정이 끝나자 실제로 이렇게 남에게 알리는 기회가 주어질 거라 예상을 못 한 터라 처음엔 당황스런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치르고 돌아왔다. 그날 밤, 많은 상념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는데 혼자 이 귀한 깨달음을 간직할 때의 몇 배에 달하는 희열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지면에도 그런 마음으로 간단하게 소개하고픈 충동이 일었다.
기질에 따라 분류한 네 가지 계열에 대한 요약을 하자면, 우선 감각-판단 계열이다. 영문 첫 글자를 따서 ‘SJ형’이라 하기도 한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속감을 중시하고 보호자적인 기질을 갖고 있으며 흔히 동화속의 ‘개미’에 비유되기도 할 만큼 이들에 의해 사회는 유지, 존속된다고까지 표현된다.
두 번째로 감각-인식 계열이다. 약자로 ‘SP형’이라 한다.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이들은 어디에서나 ‘재미’를 추구한다. SJ형들로만 구성된 사회를 생각했을 때 부족해질 수 있는 활기를 불어넣는다. 당연히 이들은 ‘베짱이’에 비유된다. 충동적이기도 하고, 현재를 만끽하면서 자기표현을 잘 한다. 실제 이 보완관계로 인해 SJ-SP 커플이 많이 이루어지는 편이다.
세 번째로는 직관-감정 계열이다. ‘NF’로 표시된다. 이상가적 기질을 가진 이들은 자기성숙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며 “인생은 무엇일까?”, “사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와 같은 뜬금없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네 가지 계열 중 가장 그 정신세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 물론 다른 유형의 입장에서다.
마지막으로 직관-사고 계열이다. ‘NT’로 표시되는 이들은 합리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능력발현의 욕구를 갖고 있으며 지적 능력에 가치를 둔다. 즉, 유능함을 선호하고, 무능함을 무가치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특성상 가족을 매우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