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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7)나는 아이들이 좋다/김남희


아이들에게 웃음과 배려
자신의 일에 책임질 줄 아는
정열을 지니게 해주고 싶다


“엄마, 질경이는 어떻게 생겼어?” “몰라”
“그럼, 바랭이, 달개비는?” “몰라”
“엄만 도대체 아는게 뭐야?” “몰라”
“엄마! 초등학교는 나온거야?” “아니, 엄마는 국민학교 졸업했어”


오늘도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한테서 구박(?)을 받고 생각에 젖는다. 교육에 열성적인 엄마들은 아이가 물었을 때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거나 실물을 직접 보여준다는데 난 도대체 그럴 의지가 없다. 대신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하는 거라고 전과 하나 달랑 사 주고는 혼자 해결하란다.
시험을 보고 와서, 제 친구는 공부할 때 엄마가 모르는 거 다 가르쳐 주는데 엄마는 가르쳐 주는 것도 없고 도움이 안 된단다. 나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저소득층 아동 검진을 하러 학교에 간다. 보건 선생님이 걱정을 하며 말씀하신다. “얘들은 부모가 바쁘고 관심이 없어 머릿니도 있고 잘 씻지도 않거든요, 선생님 검진하시기 힘드실텐데요. 근데 얘들은 학원엘 다니지 않아서 수업 마친 후 검진해도 시간은 돼요.”


그런데 애들이 모두 다 예쁘다. 머릿니가 보이지도 않고 표정은 그냥 아이들이다. 아프게 할까봐 뒤로 숨는 아이들, 한번이라도 눈길을 더 받고 싶어서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이들, 은수라는 아이는 매번 와서 “선생님, 여기가 아파요.”“선생님, 밥 먹을때 여기가 이상했어요.”하면서 눈도장을 찍고 간다. 보건 선생님한테 여쭤 봤더니 엄마도 정신지체고 가족들 모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란다. 학원에 가는 게 익숙치 않은 아이들, 친구도 학원에 가지 않아서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불만이 없는 아이들….


중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3월에 생일을 맞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직접 커다란 케이크를 사서 생일 파티를 해 주셨단다.
그런데 그걸 고마워하기는커녕 당연한 듯 그 중에 한 아이가 “선생님, 생일 선물은 없어요?” 하더란다. 그래서 선생님이 무척 화가 나셨단다. 너무 많이 받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아이들, 너무 많이 가져 작은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좋다.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이 좋다. 그리고 아이들의 꽉 차 있지 않아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좋다.
많이 받고 사는 아이들에게는 서로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가르치고, 부족하게 사는 아이들에게는 더 나은 풍요를 위하여 노력하는 마음이 얼마나 당당한지를 가르치는 몫은 우리 어른들의 것이 아닐까….


가끔 생각해 본다. 어른들의 고정 관념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는 건 아닌지, 그리고 니네들이 아무리 반항해도 행복은 성적 순이라고 외치지는 않는지….
먼지 가득한 학교 운동장에서 땀흘리며 뛰어 노는 아이들에게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 아이들이 웃음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일에 책임질 수 있는 정열을 지니며 살게 해 주고 싶다.

김남희

- 90년 경북치대 졸

- 현)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원 치과진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