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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남북작가대회 참가기(上) 평양에 갔다 왔습니다/오종우


분단에 길들여졌던
문학적 상상력을 복원하고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며


이번에 개최된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는 60년 전 남과 북의 문인들이 꿈꾸었던 전국문학자대회가 무산된 이후 최초로 대표성을 띠는 의미있는 사건이다.
남북의 문인들이 마지막으로 헤어진 것은 1945년 12월 13일이다. 그러니 해방 이후 남북작가들이 조선문학동맹을 결성하고 전국문학자대회를 개최하려고 했던 행사가 신탁통치 결정으로 무산된 이래 실로 60년만의 일인 것이다.


문학사적으로 보면 60년만에 이뤄지는 대(大)사건이고, 민족사적 의의라면 남북교류 역사 안에서 처음으로 ‘내면의 교류’가 시작된 것임.


‘내면의 교류’란 무슨 말인가?


“문학 안에는 이성 말고도 무의식이 있고, 내면이 있고, 꿈이 있다. 그것으로 사고를 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해석하고, 그것으로 발언하는 작가들이 서로 만나기 때문에”(민족문학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의 말) 이번 대회의 의미가 각별한 것이다.
그렇다


‘통일은 갈라지기 전의 어떤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미래의 고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문화적 과정이다. 때문에 그 과정을 서로 인내하고 잘 만들어 가는 길 밖에 없다 - 라는 인식을 여행지도 삼아 가슴에 품고 이번 평양 방문길에 올랐다.

-첫째날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는 인공기가 또렷한 고려항공사 소속기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고 공항 내에서는 출발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한쪽 벽에 작가회의 측이 준비해서 걸어놓은 깃발에는 김남주의 시 한 구절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남과 북의 끊어진 철길 위에도 쓴다 조국은 하나다.’ 아, 늘 끓는 목소리로 조국은 하나다라고 외쳤던 고인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고인과 함께 시낭송 연습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인은 고인이 되고 시인의 목소리만 남아 저렇게 깃발이 되었구나 싶어 안그래도 긴장된 가슴이 알수 없는 통증으로 젖어드는 느낌이다.
또 다른 깃발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기차표를 끊어다오!
고려항공기가 인천을 이륙하여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으로 향한지 20분쯤 되었을까! 기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
“지금부터 청량음료를 나눠드리겠습니다. 드리게 될 금강산 샘물은 위대하신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 여행객을 위해 배려해 주신 샘물입니다. 여행객 여러분께서는 이 샘물을 마시고 맑고 깨끗한 조선을 느끼실 것입니다.”


아직 평양에 내리지도 않았는데 너무 멀고도 깊은 강을 만난 듯한 느낌으로 이 안내방송은 내게 다가왔다. 그곳에는 얼마나 더 많은 걸림돌들이, 문화적 충돌과 충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비행기에서 나눠준 로동신문에는 악보와 가사가 함께 실려있는 면도 있는데 악보의 제목 밑에는 창법에 관해서 이렇게 적어 놓았다. ‘밝고 아름답게’ ‘좀 느리고 서정있게’ ‘환호적으로 힘있게’ ‘그리움을 안고 절절하게’


여승무원이 나눠주는 룡성맥주, 배단물, 홍당무즙, 배사이다. 금강산 샘물 등을 마시고 있는데 비행기는 벌써 하강을 시작한다. 마침내 평양이다.
그날 저녁 고려호텔에 짐을 풀은 우리 일행은 곧바로 인민문화궁전으로 안내되었는데 건물 정면에는 “민족작가대회 참가자들을 열렬히 환영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야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가 그 막을 올린 것이다.
남측과 북측의 작가들이 번갈아가면서 제안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회의가 시작했는데 백낙청 6·15 공동행사 준비위 남측 상임대표의 인사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분단의 엄중한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겨레말 작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 대회는 분단에 길들여졌던 문학적 상상력을 복원하고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며 통일의 시대 우리 문학의 새로운 성취를 향한 중요한 자리이다.”
2시간이 넘게 회의는 계속되었고 마지막에 5개 항에 이르는 공동선언문을 채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