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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정글속의 살찐 양/김경미

 

안 팎으로 어수선하니
순하던 환자들 마저
손톱을 세우고 달려든다

 

아이들 말로, 요즘 기분 참 꿀꿀하다. 밖으로는 의료시장 개방이니 뭐니 하며 어수선하고 안으로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너나없이 조급하고 불안한 환경에 가끔은 순하던 환자들마저 손톱을 세우고 달려든다.


얼마 전엔 사랑니 하나를 발치 했다가 곤란한 경우를 당하였다. 이날따라 부품하나가 영 불안하던 파노라마는 엔지니어를 기다리며 길게 하품을 하고 늘어졌었는데…. 다른 각도로 여러번 스탠다드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치근 끝이 보이지 않던 사랑니였다.


줄곧 다른 치료를 해 오던 환자라 돌려보내기 뭣하여 마취사고에 대한 위험을 설명하고 T자로 섹션해서 간단히 발치하였다. 막상 사랑니를 뽑아놓고 보니 간담이 서늘했다. 길게 휘어진 치근 넷이 서로 껴안다시피 얽혀 있었던 것. 이게 나오다 부러졌더라면 어쩔 뻔 했나….


지인들에게 보여줄 양으로 널부러진 치아를 기념촬영(?) 하고 환자에게 웃으며 피차 참 운이 좋았다며 농을 하였는데, 정작 사건은 다음날 벌어졌다. 환자가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찾아온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운 곳의 외과를 전공하신 선생님께 보냈더니 발치할 때 휜 치근 부위가 돌아 나오며 하치조 신경을 건드린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환자에게도 더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자상한 설명을 해주었건만, 이틀 후 온 가족을 대동하고 찾아온 환자는 어느 변호사 못지 않은 어조로 내게 근엄하게 말했다. 모든 시술을 다 잘 하였다고 하더라도 발치 시에 감각이상 내지는 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내 과실이라는 것이다.


마취로 인한 감각이상의 위험에 대한 설명은 했지만 그것과는 성질이 약간 다르다는 똘똘한 부언과 함께, 감각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이냐며 사뭇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환자 앞에서 난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일주일쯤 지나 다른 치료를 계속하겠노라고 불쑥 찾아온 환자는 본인을 특별히 대접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심히 불만스러워 하였는데 나를 괴롭힌 것은 정작 그러한 환자의 태도가 아니었다.
환자는 분명히 전처럼 감각이 없다고 얘기하는데도 치료가 끝나고 코튼 롤을 집어내다 실수로 입술이 핀셋사이에 끼자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거기까지만 감각이 있고 다른 곳은 감각이 없다며 말을 바꾸는 환자를 돌려 보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이보다 더 썰렁한 일이 있을까. 의료법이 점차 환자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라 하지만, 이런 일이라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더라도 타협할 수 없다. 치과의사는 동네북이 아니다.


더 우스운 일도 있다. 친하게 지내는 B모 선생님은 얼마 전, 초등학생에게 환자의 어머니가 원한대로 인레이 프렙을 했다가 과잉진료라며 펄펄 뛰는 환자의 아버지에게 심히 마음고생을 당하였다. 치아를 마구 깎아 놓았으니 곧 크라운을 하게 될 것이고 크라운 한 치아는 얼마 못가 발치하게 될 것이므로 80세까지의 치료비, 임프란트 비용에다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운운하며 몇천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 환자가 다분히 고의적인 시비를 걸어오면 제아무리 대범한 의사라도 그 상황을 무시할 수가 없다. 갖은 마음고생을 하며 자신을 방어하고 증명해야 하는, 환자는 밑져도 본전, 의사는 이겨도 손해인 것이 현실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비단 환자만이 아니다. 일전에 우리 지역에서는 조무사의 스켈링과 관련한 해프닝이 있었다. 의료법 위반 건에 대해 검찰은 기소유예로 간단히 처리했지만, 적절하다고 당사자가 생각했던 보사부의 면허정지 몇 일을 지역 보건소가 영업정지 수 개월로 확대하여 문제가 되자, 상위기관이 오히려 결정을 번복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보건소의 치과 담당자가 갑자기 바뀌며 뭔가 보여주려고(?) 칼을 빼든 건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이보다 황당한 일